(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중국 당국이 해외 투자자들의 자국 A주(株) 투자 자격(QFIIㆍQualified Domestic Institutional Investor)을 파격적으로 낮췄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중국 본토시장 신규 진입에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아직까지 중국시장에 대한 막연함이 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QFII 획득 이후 중국 당국의 깐깐한 관리 감독 시스템도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는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 QFII요건 대폭 완화…해외자금 유치 '안간힘' =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지난 20일 QFII 자격 요건을 대폭 완화한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발표했다.

이 통지문에 따르면 QFII자격을 얻을 수 있는 자산운용사나 보험사, 기타 기관투자자들의 의무 경영기간을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증권 투자규모도 과거에는 50억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했지만 이번 변경 조치에 따라 5억달러로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QFII 주식 보유 상한선을 20%에서 30%로 끌어올리고 은행간 채권시장 진입도 허용키로 했다. 증권사들의 의무 납입자본금 규모도 절반으로 줄였다.

이처럼 중국이 국외 기관들의 진입기준을 낮춘 것은 최근 중국A주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전문가들을 보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주식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QFII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해서 있어 왔다"면서 "해외 장기자금의 시장 진입을 이끌기 위해 QFII진입 요건을 낮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 QFII '활짝' 국내 금융사는 '무덤덤' = 중국 당국이 이처럼 해외 기관들에 대한 문을 활짝 열어 제꼈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신중한 반응이다.

최근 QFII 자격을 얻은 동부운용의 한규성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중국 시장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워낙 커 매력은 있는 곳"이라면서도 "과거와는 달리 현재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동부운용은 지난 5월 국내 운용사로는 9번째로 중국 당국으로부터 QFII 승인을 얻었다.

국내 펀드시장의 정서상, 중국이 QFII 자격을 낮춘다 해도 국내 중소형 운용사가 추가로 시장에 들어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 본부장은 덧붙였다.

여타 대형 증권사들도 QFII 자격 완화에 호응하는 분위기는 약하다.

A증권사 한 관계자는 "당초 기준 요건이 안 돼 QFII 자격을 못 얻었기는 했지만 이번에 기준 완화로 신청이 가능해졌다고 해도 당장 QFII를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전략상 투자자들의 중국 본토주식 투자 요구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고 지금 중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자체가 공격적으로 투자처를 모색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내부적으로 검토를 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QFII를 얻는다고 해도 워낙 중국 당국이 요구하는 요건들이 까다로워 증권사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부분은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중국 당국이 협의해 개선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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