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은실 기자 = `증권계 최장수 임원', `불수도북 CEO', `증권계 맏형', `영원한 증권맨'.

38년 동안 증권업계에 몸담으며 수많은 별명을 얻었던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증권사 실무 자리를 떠난다.

김 사장은 22일 하나대투증권 주주총회에서 상임고문으로 선임되며 앞으로 여의도 하나대투 본사 23층에 둥지를 틀 계획이다.

이날 오후 4시에는 하나대투증권 3층 한마음홀에서 퇴임식을 갖는다.

1946년생인 김 사장은 부산상고와 부산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세무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0년대 중반 부국증권에 입사해 이사, 상무, 전무를 거쳐 대표에 올랐으며 2003~2007년에는 현대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8년부터 하나대투증권 사장과 하나금융지주 자산관리 부문 부회장을 지냈다.

36세에 증권사 임원에 올라 30년이 넘는 임원 생활을 한 그는 부국증권과 현대증권, 하나대투증권을 거치며 14년 동안 사장을 역임했다.

덕분에 김 사장은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을 함께해온 대표적 CEO로 손꼽힌다.

하나대투증권 취임 후에는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 넣으며 단기간 국내 `톱5'에 근접한 증권사로 육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2009년 회계연도(2009년4월~2010년3월) 2천500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대우증권에 이어 업계 `톱2'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증권 사장 재직 시절에는 영업환경 개선과 함께 내부조직을 재정비하며 국내 대표 브로커리지 증권사의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사장으로 일한 4년 6개월 동안 현대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2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까지 성장했다.

증권사 경력만 본다면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그의 학창시절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역 명문이었던 부산중학교에서는 항상 상위권에 들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부산상고로 진학했다. 전교 60등까지 주어지는 전액 장학금과 생활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와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이 그의 고등학교 동창들이다.

고등학교 시절 집안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은행원을 꿈꿨던 김 사장은 가정교사 생활을 하며 친구들보다 2년 늦게 부산대 무역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첫 직장이었던 한일합섬이 부국증권을 인수하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증권업계에 온 후로는 열심히 뛰는 만큼 대가가 돌아왔다.

우수한 영업성과에 초고속 승진의 행운도 뒤따랐다. 1980년대 중반 주식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시장 환경도 그를 도왔다. 부국증권 기획부장과 영업부장을 거쳐 영업이사에 올랐던 시절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열정적이었던 그의 젊은 시절은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건강한 체력에서 열정도 솟고 영업성과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현대증권 시절부터 임원들과 매년 해왔던 `불수도북(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은 이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매주 금요일 오전 6시 임원들과 여의도 공원을 달리는 것도 증권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퇴임을 앞둔 이날 오전에도 달리기는 계속됐다.

김 사장은 "떠날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젊은 신임 사장들이 대거 등장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국증권 시절부터 오랫동안 함께 했던 고객들이 많이 있다"며 "앞으로 38년 동안 오랜 고객이었던 사람들을 챙겨 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매주 금요일 하던 아침 달리기는 종강이 아닌 휴강에 들어갔다"며 "증권업계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데 앞으로 상황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s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