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주택금융공사가 지난달 발행된 주택저당증권(MBS)이 일부 트렌치에서 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등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최근 주택경기 상승에 힘입어 MBS 공급이 급증한 가운데 IFRS4(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 수요가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진단됐다.

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MBS 입찰에는 5년물 1조1천400억원, 2년물 3천300억원, 1년물 300억원, 7년물 100억원 등 총 1조5천100억원이 미매각됐다.

미매각분은 발행물량이 가장 많았던 5년물에 집중됐다. 1조3천500억원 규모 5년물 MBS 입찰에는 수요가 2천100억원 몰리는 데 그쳐 총 1조1천400억원 규모가 수요를 찾지 못했다.

이처럼 MBS 미매각분이 급증한 것은 수요가 공급 물량을 따르지 못했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최근 MBS 발행물량은 주택 호경기에 힘입어 급증했다. 주택경기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고, 이에 대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되는 MBS도 덩달아 늘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MBS 발행물량(스와프 제외)은 21조940억원 수준에 달했다.

작년 같은 기간 발행물량 47조2천912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2014년 해당 기간(4조8천954억원)과 2013년 같은 기간(17조4천817억원) 발행분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작년에는 정부가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을 단기·변동금리 상품에서 장기·고정금리로 유도하는 과정에서 MBS 발행이 급증했다.

MBS의 기초자산이 되는 주택담보대출도 빠르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주담대 총액은 684조9천억원 수준을 나타냈다. 올해 들어서만 주담대 총액은 약 34조원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MBS 매입 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주 수요층인 보험사가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IFRS4 2단계 도입으로 보험사는 시가평가에 따라 늘어나는 부채 듀레이션에 맞춰 자산 만기도 늘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콜옵션이 달린 MBS는 발행자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듀레이션이 짧아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펀더멘털보다는 수급 요인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아 최근 MBS 미매각분이 늘었다"며 "IFRS4 2단계 도입 영향으로 보험사 수요가 줄었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MBS 공급이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매각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금융규제를 통해 과열된 주택경기를 식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세를 지속하는 한 MBS 발행물량도 증가 흐름을 보일 것이란 판단에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을 통해 투기 수요를 잡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8월 MBS 입찰결과, 출처: 주택금융공사, 인포맥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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