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었던 마이너스 금리까지 등장하는 등 저금리 현상이 고착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일그러진 자화상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청년실업 등에도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만 폭등하고삼성전자 주가가 3조원에 육박하는 리콜 소식에도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저금리 고착화에 따른 이상 징후다.

이자는 돈의 가치로 유대인이 처음으로 개념화한 상품이다. 숱한 박해 끝에 전 세례로 내몰린 유대인들은 '부는 요새이고 가난은 폐허'라는 속담을 가질 정도로 부를 중요하게 여긴 민족이다. 이런 유대인이 발명한 이자라는 개념은 돈의 시간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현재의 100원이 미래의 100원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로 할인율의 의미로도 쓰인다. 할인율은 미래의 100원을 현재의 이자율로 할인하면 현시점에서 100원의 가치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저금리에 따른 각종 이상 현상은 할인율의 의미로 접근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분자에 해당하는 미래의 가치가 동일하더라도 분모에 들어가는 금리가 낮아지면 현재가치는 그만큼 커진다. 반대로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로 분모가 고정되더라도 자산의 현재가치가 커질 수 있다.

월세 수입 등을 통한 임대수익(현금흐름)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되는 서울 강남지역에 돈이 몰리는 것도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재건축시장은 '돈 놓고 돈먹기식'의 청약 과열을 조장한 정부 정책이 가세하면서 폭주기관차가 되고 있다. 분양권 전매까지 성행하면서 저금리에 기댄 강남권 중심의 부동산은 '로또시장'으로 불릴 정도라고 한다.

배터리 불량에 따른 갤럭시노트 7의 리콜에도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이 견조한 것도 할인율의 개념을 적용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삼성전자의 연간 시가 배당률이 연 1.67%였다. 정기예금 수준의 배당이 보장되고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점쳐지는 데 삼성전자 주식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빚을 내서라도 삼성전자 주식을 살만 하다. 금리가 추가로 내린다면 삼성전자 주식의 현재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저금리 기조를 고착화하면서 이른바 '빚 권하는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이 정부들어 저축을 한 사람보다는빚을 낸 사람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더 높아졌다. 정부는 미시적 정책으로 저금리 기조에 따른 과열 양상을 다잡겠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믿고 있다. 국민들은 최근 부동산 투자에 따른 막대한 차액을 남기고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장관을 포함해서 대부분 국무위원의 주소지가 강남지역인 점도 주목하고 있다.

저금리에도 차마 빚을 낼 용기를 못낸 서민들은 자신들의 새가슴만 한탄할 뿐이다. 힘들어서 헬조선이라고 푸념했더니 정치 지도자들은 너무 심한 자학이라고나무라기까지 한다. 소설가 이청준이 1970년대에 쓴 '당신들의 천국'은 21세기 한국에도 유효한 메시지인 것처럼 보인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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