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구제금융 매치'로 불렸던 독일과 그리스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8강전은 독일의 4대2 완승으로 끝났다. 두 나라의 경제력만큼이나 축구 수준 차이도 컸다.

독일 공격진은 무자비했고 그리스 수비진은 무력했다. 그리스는 실력보다 작전에 패했다. 독일의 변칙작전에 그리스는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독일은 조별예선에서 뛰었던 공격수 3명(루카스 포돌스키, 토마스 뮐러, 마리오 고메즈)을 모두 뺐다. 안드레 쉬를레, 마르코 로이스 등 새 얼굴로 공격진을 짰다.

의외의 작전에 허를 찔린 그리스는 경기 내내 허둥댔다. 그리스가 자랑하는 철벽 수비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중계화면에 비친 그리스 감독의 얼굴엔 당황함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 이번 주말(28~29일)에 모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의 얼굴에서도 그리스 감독 같은 표정을 보게 될 것 같다. 이번 정상회의에 기대를 거는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주요 쟁점에서 한 발도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로본드(또는 유로빌)와 은행연합, 유럽 구제기금의 은행 직접 지원 등 핵심 이슈에 대한 독일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독일은 급할 게 없다. 그리스 총선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되자 독일의 對 EU 전략은 유화에서 강경으로 선회했다. 진전되고 구체적인 해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극적인 결과를 희망하는 국제금융시장은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빅4'인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지난 22일 로마에서 정상회의를 열었으나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다.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1%를 성장 재원으로 충당하는데는 합의했으나 금융시장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유럽 구제기금(EFSF/ESM) 운용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현행 조약은 'EFSF→각국 정부→은행'의 경로로 자금을 수혈하도록 한다. 여기서 정부를 거치지 않고 EFSF→각국 은행으로 자금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프랑스와 스페인 등의 주장이다. 그러나 독일은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빅4 정상회의에서 원칙론을 들어 구제기금의 은행 직접 지원을 반대했다. EU 정상회의에서도 그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하루 전(27일)에 다시 만난다. EU 정상회담의 내용과 의제를 조율하기 위해서다. 양국 정상의 회담 분위기를 보면 EU 정상회의 전체의 그림이 보일 것이다.



# EU 정상회의에서 극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한 유로존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현재 유로존의 위기는 재정위기와 금융위기, 실물 경제의 위기가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위기다.

유로존의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경제도 점차 복합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실물 경기가 둔화하고 은행 부실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가 미국 5대 은행 등 전 세계 17개 대형 은행의 신용등급을 내린 건 이러한 위험을 반영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유럽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를 뜻하는 '친다운(Chindown)'은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보다 무섭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은 침체된 유럽 시장을 피해 남미와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섰다. 일본은 유럽 경제불안으로 인해 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유럽 위기의 먹구름이 아시아를 덮기 시작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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