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오진우 기자 =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20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향후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 후보의 당선으로 경제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른바 금융부 신설 등 조직 개편으로 거시정책의 핵심인 환율정책 등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차기 정부가 핵심적인 거시정책인 환율정책을 재정부에서 분리해서는 안 될 것이란 지적을 내놨다.

반면 과도한 복지보다 성장동력에 방점을 두는 경제정책 기조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금융부 신설 '글쎄'..외환정책 없는 거시정책 난센스= 대선과정에서부터 금융감독기능에 대한 조직개편론이 꾸준하게 제기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구성된 금융감독기능을 고쳐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런 와중에 재정부가 담당하는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원회가 맡은 국내금융에 합치고 이를 토대로 '금융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재정부 내부에서는 이런 방향에 대해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국제금융정책은 미시적인 국내금융 정책기능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거시정책인 외환정책을 재정이나 세제 등과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재정부는 또 국제적으로도 환율정책 등 국제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분리해서 운영하는 국가의 사례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환정책은 세제뿐 아니라 외국환평형기금 등 예산이나 국채시장과도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 등 외환정책은 경제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거시정책"이라며 "종합적인 정책방향과 유기적으로 맞물려 운영돼야 한다. 금융이란 용어로 국내금융과 합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설명했다. 금융이란 용어가 붙었다고 해서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통합하는 것은 논리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국제적으로도 외환정책을 금융부라는 이름으로 거시경제정책과 분리한 나라는 사례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금융부 신설이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에서 제기된 목소리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정부조직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 "정책수요자인 국민들이 얼마나 편한지, 운영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얼마나 편하고 효율적인지를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 연속성 안도 = 재정부는 박근혜 후보의 당선으로 성장동력 회복이라는 기존의 정책적 우선순위는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복지제도 확대와 경제민주화 등이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적인 과제이긴 하지만, 박 당선인이 선별적 복지 등 상대적으로 온건한 주장을 해 온 만큼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민심을 통합하는 것이 될 것"이라면서 "다음으로 경제활력을 되찾으면서도 시대적 사명으로 요청받은 경제민주화 복지확대 등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추진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성장이 기조화되는 상황이고 내년 세계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데 단기적으로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어떻게 회복하느냐와 앞으로 잠재성장률을 어떻게 회복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차기 정부도 성장 동력 회복에 방점을 찍기를 기대했다.

복지 공약과 관련해 이 관계자는 "복지확대도 시대적인 사명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재정의 건정성을 유지하면서 복지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균형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박 당선인의 무상보육 등 복지공약은 일부 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이날 세종시 현판식에서 박 당선자의 핵심공약인 무상보육의 예산확대에 대해서 "그 부분은 아직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예산을 총괄하는 김동연 재정부 제2차관도 "내년도 예산안은 감액규모 내에서 증액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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