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글로벌 추세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곳을 중심으로 도산 상황을 가정해 작성하는 정리.회생 계획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김기원 차장과 이창순 차장은 27일 'BOK이슈노트- '금융기관 특별정리체계'에 대한 국제 논의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사전 정리.회생 계획(RRP, Recovery and Resolution Plan)과 손실부담원칙(bail-in)의 국내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RRP란 평상시 금융기관 스스로가 스트레스 또는 도산 상황을 가정해 작성한 회생.정리 계획을 말한다. 정리 당국은 평소 금융기관으로부터 RRP를 제출받아 스트레스에 대비한 자체적인 정상화 내지는 정리계획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가능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김 차장 등은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관련법 개정 등을 통해 정리 당국의 권한과 책임, 정리절차 등을 규정하고 기본적인 금융기관 특별정리 체계(SRR, Special Resolution Regime)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러나 RRP와 손실부담원칙 논의 등은 국내에 충분히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RRP가 도입되면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들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금융기관과 당국이 공유함으로써 부실금융기관 발생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김 차장 등은 RRP 도입 초기에는 국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은행 또는 금융지주회사 등(D-SIFIs)을 작성 대상으로 하고, 점차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외환부문의 시스템적 리스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은지점도 RRP 작성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은지점의 위기 시 외화자금의 회수와 지점 폐쇄 등 정리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김 차장 등은 이어 "부실금융기관의 손실비용을 내부화시키고 외부로부터의 구제금융 지원을 엊게할 수 있는 손실부담 원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국내 관련 법규에서는 특별정리수단으로 인수.합병, 계약이전 등 부실금융기관의 자산과 부채를 제3자에게 이전시키는 방법만을 규정하고 있다.

강제손실부담 채권 등을 관련법에 규정해 부실금융기관의 내부 자본에 의한 손실흡수력을 강화하고 회생가능성을 제고시킬 필요가 있다는 게 김 차장 등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 같이 금융기관의 효율적 정리를 위해 재무당국과 금융감독 당국,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위기관리 당국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게 글로벌 추세"라고 전했다.

김기원 차장은 보고서 기자 설명회를 통해 "RRP는 개별 금융기관들이 부도가 발생할 경우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 실질적인 개별 은행의 생존 계획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스트레스테스트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독당국 등이 관련 법을 개정해 RRP를 도입하게되면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대상 기관 등이 결정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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