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과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땐 이후 지속적인 인상 기조의 시작으로 봤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주요 7개국(G7)과 신흥국의 거시 경제, 국가 리스크를 분석하는 SC(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세라 헤윈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을 찾았다.

미 연준의 매파적 성향을 가진 인사들이 잇따라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는 다른 전망을 내놓은 그의 분석은 색달랐다.

세라 헤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SC그룹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은행의 런던, 뉴욕, 홍콩 등에서 일했다. 영국 국무장관실 산하의 경제 모니터링 패널 멤버로도 참여하고 있다.

세라 헤윈 SC 이코노미스트

세라 헤윈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7일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에서 만났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미국 경기 여건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금리를 올릴 만큼 미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지표와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실망스러웠던 것을 보면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점을 근거로 "올해 안에 미국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사 금리를 올리더라도 12월에 한차례 인상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EU 탈퇴 협상이 진행되면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부각되면서 그에 따른 금융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수개월간 재화와 서비스 접근권에 대한 영국과 EU 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다"면서 "시장 분위기가 다시 악화할 여지는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신흥국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입장이었다. 미국이 설령 올해 한차례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특히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해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는 지속할 것으로 봤다.

신흥국 시장의 매력이 커지는 것을 감안할 때 원화 가치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그는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다면 원화는 반년 이상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4분기에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인하할 것으로 봤고, 달러-원 환율은 연말에 1,170원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세라 헤윈 수석 이코노미스트와의 일문일답



-글로벌 금융시장의 '키워드'가 있다면

▲지속적인 유동성, 정치적 위험 주시, 매력적인 신흥국 시장 등을 꼽고 싶다.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이 회복됐다고 보는가

▲브렉시트 투표 직후 시장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특히 영국의 파운드화가 급락했고 주식시장도 하락하면서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하지만 여름을 거치면서 전반적 분위기는 개선됐다. 영국의 여러 경기지표들이 회복되면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남아있는 잠재적 위험은

▲물론 우려가 남아 있다. 유럽 국가들의 성장 기반이 취약하고 은행들의 부실 여신 비율이 높다. EU 규제가 바뀌면서 이탈리아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게되면 결국 예금주들이 구제금융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11월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로선 피하고 싶은 상황일 것이다.

상황은 진정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은행 중 하나인 몬테 파스키 은행이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최근 영국 금융당국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유럽의 은행들이 전반적으로 자본이 확충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브렉시트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는 회복됐지만 향후 수개월 간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시장 분위기는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영국은 EU와의 협상에서 금융 서비스를 포함한 재화 및 서비스의 완전한 접근권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도 수반된다. 영국 정부는 유럽으로부터의 이민자들을 통제하려는 제도를 시행하고자 하기 때문에 협상은 어려울 것이다.

-최근 미국의 주요 경기지표를 평가한다면

▲미국 경제가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1%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에 그쳤다.

실망스러운 비농업 고용지표 뿐 아니라 ISM 제조업 지수를 보더라도 미국 경기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대략 1~1.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여러가지 경고 사인들도 나오고 있다.

기업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고 최근까지 급격히 성장했던 자동차 판매도 다소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성장하는 등 활황을 보였던 건설 경기도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인가

▲8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현재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30% 가량이다. 즉 9월에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첫번째 이유는 미국 경제 성장이 아직 취약하고 물가 성장률이 낮다는 점이고 두번째 이유는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연내 금리를 전혀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인상하더라도 12월에 한차례 정도에 그칠 것이라 본다.

과거 연준이 금리를 인상했을 땐 이후 지속적인 인상 사이클의 시작으로 봤지만, 현재는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추가 인상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다.

-신흥국 성장 전망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국 경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반면에 서방 선진 국가들의 자산 가치는 너무 높아졌다. 미국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은 굉장히 높고, 채권 수익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신흥국 시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반기 달러-원 전망은

▲원화는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는 통화이고, 일본과의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경합하고 있다.

주요 변수는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의 흐름이 될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달러는 강세를 나타낼 것이다.

원화 전망은 달러 전망과 연동돼 있다. 향후 6~12개월간 원화는 약세를 나타낼 것이다.

신흥국 시장의 매력이 올라가면서 원화 가치가 올라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책도 봐야한다. 한국은행이 4분기에 한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준금리 1%가 최저 수준이 될 것이다.

올해 연말 달러화는 1,170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말에는 1,180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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