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증권사들의 채권과 FICC(Fixed Income, Currency, Commodity) 전문가 영입 경쟁이 여의도 증권가에서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고 있다.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증권사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는 주식 관련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 부문,인수영업 부문 등의 위축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픽스트인컴 분야를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돌파구로 삼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누가 옮겼나=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금융그룹 출신 채권전문가 2명을 영입할 예정이다. 박성진 전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과 박태동 전 삼성증권 FICC팀 이사가 그 주인공들이다(오전 9시42분 송고 '메리츠證 채권명가의 꿈..전문가들 잇단 영입' 기사 참조).

채권시장 강자 동양증권도 채권운용 전문가 영입을 추진 중이다. 정재욱 전 하나대투증권 채권파생본부장이 조만간 이 증권사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증권은 국내 FICC사업의 원조격인 성철현 전 우리투자증권 상품운용본부장을 캐피탈마켓부문장(전무)으로 선임했다.

▲ 브로커리지 영업은 이제 끝물 = 이처럼 증권사들이 채권전문가 영입에 신경을 쓰는 것은 주식 브로커리지 중심의 사업구조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공개한 국내외 62개 증권사의 실적을 보면 지난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당기순이익은 2조2천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급감했다.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인 수수료 수익이 2천893억원(3.5%)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직전 회계연도에 순이익이 4.5%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62개 중 10개 증권사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이같은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번 회계연도 들어 주식 거래대금은 더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4월과 5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유로존 리스크가 심화해 이달에는 주식 거래가 더 얼어붙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쳐 하루평균 최소 8조원대는 거래가 이뤄져야 증권사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며 "그나마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거래가 대세여서 주식 브로커리지로는 이익을 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증권사채권 전문가에 왜 눈독 들이나 = 증권사들은 수익원 확보를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순위로 눈을 돌리는 분야는 간접투자 대상인 장외파생상품이다.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LS의 경우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이자율 관련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상품개발과 운용, 판매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에서 채권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높은 분야다.

증권사들이 FICC 사업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하고, 관련 전문가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수익원 다변화를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단순 수수료 따먹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세일즈와 트레이딩을 융합하는 형태의 사업 구조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운용역 출신의 한 파생상품 딜러는 "대부분 장외파생상품의 구조는 이자율 상품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며 "채권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면 장파상품을 개발하거나 운용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증권사의 FICC 관계자는 "채권중개사들이 많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채권 브로커리지 환경도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며 "세일즈와 트레이딩이 융합되지 않으면 채권 분야 역시 힘들어지는 분위기가 되면서 사업방향을 종합적으로 구상하고 지휘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채권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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