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유로화가 더 하락할 것인지, 반등을 시작할 것인지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재정 문제가 시장의 이목을 끌면서 유로화의 하락 압력이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쪽에선 유로화가 상승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일 뿐이며 유로화는 결국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도이체방크는 25일 시장의 관심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재정난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지난 5월 말 유로화를 사상 최저치로 끌어내린 압력이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은행의 앨런 러스킨 외환 전략 헤드는 "유럽에서 놀랄 만한 대형 재료가 나오지 않는 한 미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과 정치권의 그리드록(민주당과 공화당의 권력 분점과 그에 따른 교착상태) 문제가 유로화를 1.25~1.30달러에 움직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16분 현재 유로화는 전장보다 0.0042달러 내린 1.2529달러에 거래됐다.

러스킨 헤드는 "그리드록이 발생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되는 선거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주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미국의 재정 상황에서 불거질 수 있는 위험이 우려로 지목됐다.

G20 정상들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 정치권이 내년에 이른바 '재정 절벽'이라고 불리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 절벽은 정부의 재정 지출이 갑작스럽게 줄거나 중단돼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미국에서 올 연말 세금 감면이 끝나고 내년 초에 연방 재정 지출이 자동 삭감될 예정이어서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의회예산국(CBO)도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증세와 지출 감축이 미국을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스킨 헤드는 "미국이 재정 측면의 외줄타기가 곧바로 이어질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까지 집계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보면 유로화 순 숏포지션이 141만1천건으로 약 25% 급감했다. 순 숏포지션은 6주 만에 가장 적었다.

새로 형성된 유로화 롱포지션은 15만2천건 늘어나 총 롱포지션이 54만4천건으로 집계됐고 숏포지션은 약 3만9천건 감소한 195만5천건이었다.

그러나 유로화에 대한 비관론도 여전하다.

브라운 브러더스 해리먼(BBH)의 마크 챈들러 외환 전략 헤드는 최근 유로화가 위쪽으로 조정을 받았다면서 이 조정이 끝났거나 거의 끝나간다고 진단했다.

챈들러 헤드는 지난 1일 미국의 5월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유로화 등이 미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지만 더 오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조정 국면이 정말 끝났다면 유로화가 1.2465달러를 향해 하락할 것이라며 유로화 약세가 재개되면 유로화가 올해 저점인 1.2286달러를 하향 돌파할 수 있다고 봤다.

챈들러 헤드는 또 유로화의 상향 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 유로화가 1.2900달러까지도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유로화가 올해 말 1.20달러 근방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hj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