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신윤우 기자 =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신용등급이 'AAA'까지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킴엥 탄 S&P 아태지역 정부 신용평가 팀장(상무)은 7일 국제금융센터 초청 '마이너스금리 시대의 신용리스크' 세미나에서 "대외금융 충격에 대한 한국 경제의 저항력이 강화됐고 재정구조 또한 여타 국가에 비해 건전하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경제 성장률도 선진국을 웃돌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신뢰도가 높아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의 국가 신용도 리스크가 감소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S&P는 지난달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사상 최고 수준인 'AA'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AA'는 'AAA'보다 두 단계 낮은 수준이다.

탄 상무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한국은 순 대외채권국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2016~2019년중 수출 대비 순대외자산(대외자산-대외부채) 비중은 30%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향후 글로벌 유동성 상황이 악화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최근 한국의 은행권 단기대외차입 감소 또한 대외부문 리스크를 줄여주는 긍정적 요인"이라고 꼽았다.

재정구조 역시 건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탄 상무는 "한국은 지난 2000년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정부재정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말 GDP대비 순정부부채는 22.5%로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신뢰도가 높은 점도 신용등급에 긍정적 요인이 됐다고 탄 상무는 거론했다. 지난 1998년 이후 2~5% 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달성함에 따라 중앙은행 통화정책 신뢰도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잘 발달된 금융 및 자본시장이 통화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를 전파하는데 일조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경제전반에 대해서는 "한국의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다른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선진국과의 소득격차도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탄 상무는 북한의 존재를 한국 신용도의 걸림돌로 지목하면서 "북한 리스크가 없었다면 한국의 신용등급이 현재보다 더 높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와 관련된 우발 채무가 한국 국가신용도의 주요 제약요인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탄 상무는 "북한 정권의 붕괴 가능성과 관련된 대규모 우발채무 발생 여지를 신용등급 산정에 고려했다"며 "일부 공기업들의 높은 부채부담과 이에 따른 신용도 악화 가능성 또한 제약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대외 요인으로 유례없는 저금리 기조와 동북아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상태, 세계화의 비대칭적 영향,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꼽았다.

한편, 라이언 창 S&P 중국·한국 금융기관 신용평가 본부장(전무)은 '아시아 은행산업의 주요 이슈'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중국 상업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일본 은행 산업의 수익성에 타격을 줬다"며 "은행의 핵심 수익이 8~15% 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직·간접적인 영향에 따른 수익성 감소 규모는 39억3천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 은행 산업도 저금리 기조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지만 전반적인 신용도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안정적이고 신용도도 유지될 것이라고 창 전무는 분석했다.

아울러 한상윤 S&P 아태지역 기업신용부문 한국기업 신용평가 팀장(이사)은 "한국 기업의 매출이 지속 하락하는 추세인 데다 롯데그룹과 한진해운 등에 비춰보면 경영과 지배구조의 낮은 투명성도 여전하다"며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지난해의 진단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가파르게 늘었던 200대 기업의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재무 구조 개선이 신용위험 우려를 부분적으로 완화한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신용 전망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업들이 각자도생하고 있어 회사가 처한 산업환경과 대응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전망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한 이사의 견해다.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개회사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금리를 한 차례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세계 경제가 주요국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최근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syjung@yna.co.kr

ywshi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