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유가가 오르면 주가가 하락하고 유가가 떨어져야 주가가 상승한다는 주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전혀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보고서에서 "한국 주식시장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오해"라며 "단순하고 명쾌하지만 무식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논리는 원화가 절하돼야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논리만큼이나 그럴듯해 보이지만 경험적으로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과거 시장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가와 주가는 일반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2000년 이후 코스피를 종속변수로 한 유가베타는 0.29로, 유가가 10% 오를 때 코스피가 오히려 2.9% 상승했다.









이는 원화 절상이 한국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반영하듯, 유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세계 경기가 좋은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003년 글로벌 마켓 랠리가 시작된 이후 금융위기가 오기 전까지, 글로벌 경기가 꺾이기 전인 2011년 상반기 이전의 시장 상황이 이를 반영했다.

실제 이 기간, 유가가 오르면 주가가 오르는 정(+)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는 "그런데도 유가가 오르면 국내 투자자들이 반사적으로 두려움을 갖는다"며 "오일쇼크의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 1차, 2차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는 상당 기간 심각한 침체를 겪었고, 특히 석유자원 전량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던 한국 경제가 입은 타격은 매우 컸다.

유가가 10% 상승할 때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은 3.3% 감소하고, 세전이익률은 0.31%포인트 하락하는 등 기업 실적에 미치는 여파는 있었다.

그러나 유가 상승의 원인이 실물 수요 증가인지, 투기적 수요 급증인지, 공급 쇼크인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는 "수요 증가로 유가가 오르면 주가도 같이 오르지만, 공급쇼크로 유가가 오르면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각 업종에 미치는 영향도 석유제품을 원재료로 얼마나 사용하는가가 아니라 해당 산업의 경기 민감도에 더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유가 상승기에 하락률이 높은 업종이 유가 하락기에 반등폭도 크다는 점으로 이는 증명된다는 것이다.

노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 부정적이지만, 경기 하강 마지막 국면에서는 유가가 하락하고 주식시장은 선행해서 반등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락 사이클의 마지막 국면에서 일어나는 유가 하락은 시장 전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국방수권법에 의거해 오는 28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국에 금융제재를 실시한다.

이에 앞서 미 정부는 지난 11일 한국 등 7개국을 이란산 원유 수입에 따른 금융제재의 예외국가로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이와 별개로 EU는 1월 대(對)이란 제재 회의에서 이란산 원유 수입수송선의 재보험 제공을 금지하기로 결정해 7월1일부터 발효된다.

박혜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재 예외국 인정이 유럽연합(EU)에 영향을 주지 못해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ksy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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