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신용등급 'AAA'로는 처음으로 회사채 수요예측을 한 한국중부발전이 대규모 미달을 내면서 체면을 구겼다.

공사에 버금가는 신용도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이지만 투자자에 제시한 금리 수준이 터무니없이 낮아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달 28일 5년물과 10년물 2천억원씩 총 3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중부발전은 투자자 모집과 금리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19∼20일 양일간 실시했는데 전량 미달됐다.

10년물에서 '국고10년+20bp' 금리로 100억원(1건)의 신청이 들어왔지만, 금리밴드를 벗어나 유효수요로 인정받지 못하고 배제됐다.

중부발전이 수요예측에서 제시한 희망 금리밴드는 5년물이 '국고5년+(13∼18bp)', 10년물이 '국고10년+(3∼8bp)'였다.

동일 등급과 만기의 공모 회사채의 민평금리에 비해 10bp 이상 낮았다. 통상 발전자회사의 발행물 금리는 한전채와 비교되는데 이보다도 낮았다.

중부발전의 '공격적인' 금리 제시에 수요예측이 실시되기 이전부터 투자자들은 외면하기 시작했다.

특히 만기가 긴 장기 우량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은 보험사는 "10년물 금리가 과도하게 낮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보험사들은 그간 10년물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늘렸으나 최근에는 절대금리가 4% 이하로 떨어지자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요예측에서 채권의 '주인'을 찾지 못한 중부발전을 결국 스프레드를 확 올려 발행금리를 결정했다.

5년물 스프레드는 밴드 상단인 18bp로 결정했고, 10년물은 밴드 상단인 8bp 보다 두배 높은 16bp로 확정했다.

예정 발행액 모두가 미달이 나면서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았던 KB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상당 규모의 물량을 떠안게 됐다.

특히 10년물은 KB증권과 신한증권이 각각 1천억원씩 인수하게 됐다.

10년물 금리 스프레드를 희망 금리밴드의 상단을 크게 벗어나 결정한 것도 인수단의 '고육지책'을 일부 배려한 때문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기업들과 IB들의 금리 하락에 대한 베팅이 과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의 관계자는 "중부발전 10년물의 금리가 낮게 결정됐다면 다른 발전자회사나 공사들의 발행물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다. 시장에서 수용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나마 스프레드를 높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고 진단했다.

증권사의 회사채 담당자는 "10년물은 금리가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 밴드를 과도하게 낮춘 것 같은데 투자자 컨센서스와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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