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장중 일정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수익성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외환딜러들이 달러-원 환율과 연계한 크로스 거래로 시선을돌리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환시참가자들은 최근 달러-원 거래에 따른 수익이 부진해지면서 말레이시아 링기트-원, 대만 달러-원, 인도 루피-원 등 아시아통화 크로스거래로 거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A외은지점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원 환율이 치근 유럽 변수에 흔들리면서 롱, 숏 베팅 모두 수익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원화 펀더멘털이 좋다는 인식으로 아시아통화와의 크로스 거래에 나서는 딜러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통화 크로스거래가 주목받는 것은 그동안 유로 약세, 아시아통화 강세에 베팅하던 세력이 투자를 세분화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아시아통화 내에서도 강세 통화와 약세 통화가 갈리는 셈이다.

최근 신흥국 경기부진이 이어지면서 관련국 통화의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된 바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 막대한 재정적자, 경상수지 적자, 성장률 둔화에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인도 루피 환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합인포맥스 통화별 등락률 비교(화면번호 2116)에 따르면 달러대비 원화와 필리핀 페소 등 일부 통화를 제외하면 아시아통화는 대부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최근 아시아통화 크로스 거래의 공통점은 약세인 아시아통화를 팔고 원화 롱포지션을 구축하는 양상이다.

즉, 인도 루피 매도, 원화 매수나 대만달러 매도, 원화 매수로 포지션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는 달러-원 환율은 숏플레이, 달러-인도루피나 달러-대만달러 환율은 롱플레이를 유발한다.

B외은지점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그동안은 호주달러를 중심으로 호주달러-원, 호주달러- 싱가포르달러 숏플레이가 많았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아시아통화 내에서도 크로스거래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아시아통화 크로스 거래 역시 반짝 주목을 받았을 뿐 장기적인 투자 대상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시장참가자들은 내다봤다.

당장은 수익을 좇아 아시아통화간 크로스거래에 나섰으나 이 역시 방향성이 일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 게다가 아시아통화는 같은 위험통화 묶음으로 분류되는 통화로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비슷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이들 통화간 크로스 거래 역시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다.

C은행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최근 말레이시아 링기트-원 숏플레이(달러-말레이시아 링기트 매수, 달러-원 매도)가 많았는데 전일에는 한 고객이 달러-말레이시아통화 매도, 달러-원 매수에 나서는 등 방향성이 일정치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도 "이런 신흥국들의 부진은 원화의 상대적 견조함을 부각시킬 수 있겠으나,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 성장의 주축이 신흥국이었던 만큼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이어지며 원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만 작용하기는 힘들 듯하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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