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대선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최근 연준의 (저금리) 정책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지금의 잘못된 미국 경제를 만든 건 연준"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선 후보자가) 말로 경제를 좌지우지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격했다.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불거진 정책 논란에 연준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당장 오는 20~21일 통화정책 회의를 해야 하는데 금리를 올릴지 내릴지 내부에서 갈팡질팡한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인상의 근거가 강해졌다며 9월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줬으나, 다른 연준 관계자들은 굳이 9월에 올릴 필요가 있느냐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9월에 나온 경제지표들도 금리인상을 뒷받침하기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이에 연준이 대선 후인 12월이나 돼야 금리인상을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이 정치적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은 대선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통화정책 수장의 정파적 면이 부각되면서 정책집행의 중립성과 순수성이 퇴색되는 건 아쉬운 일일 게다. 트럼프의 공략포인트는 옐런 의장이 민주당원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작년 10월 "민주당 소속인 옐런은 매우 정치적인 인물"이라며 옐런이 정권재창출을 도우려고 금리인상을 머뭇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연준 의장을 교체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5월에도 옐런을바꾸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2014년 2월 취임한 옐런의 임기는 2018년 1월까지다. 트럼프가 집권한 뒤 1년만 지나면 연준 의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옐런은 민주당 쪽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 성향의 진보단체들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연준에 금리인상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막 살아난 경제 회생의 불씨를 꺼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옐런에게 공동명의의 서한을 보내 금리인상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진보단체들은 연준의 인적 구성이 백인, 남성, 은행권 출신으로 편향돼 있다고 지적했으며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인사들도 이에 동조해 시정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옐런에게 보내기도 했다. 힐러리가 정권을 잡으면 옐런이 유임될 수 있으나 당 내외에서 '연준을 개혁하라'는 목소리를 마냥 흘려들을 수 없어서 교체카드를 쓸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과거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던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8년이나 재임하면서 민주당 정권과 공화당 정권을 모두 경험했다.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양당에서 모두 인정받는 통화정책 전문가였다는 뜻이다. 정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통화정책 기구의 독립성을 보장받는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의 후임자들은 모두 정치적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사라지고 정치권에 예속되는 세계적 추세와 맞물리는 흐름이다.

공화당이 정권을 잡든, 민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든 옐런의 입지는 좁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해왔던 옐런이 교체되면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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