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은 새 주인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다.
또 인수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이 인수에 실패할 때도 재무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로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마트 인수전 이후 관련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이러한 예상을 깨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마트와 롯데 '조합'이 무산된 게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 새 주인은 '임시주인'…여전히 불안한 하이마트 = 하이마트 주가는 본입찰을 앞두고 4거래일 연속 올랐다.
하지만 지난 25일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7.40% 폭락했다. 다음 날에도 0.58% 하락하며 반등에 실패했다.
유통공룡 롯데쇼핑과의 시너지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새 주인으로 MBK파트너스가 되자 실망감에 주식을 던진 탓이다.
롯데쇼핑이 하이마트를 인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전유통 시장을 둘러싼 경쟁 양상이 더욱 가열될 수 있다는 예상이 하이마트에 직격탄이 된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김민아 대우증권 연구원 27일 "인수 실패로 롯데쇼핑은 자체 가전유통망인 디지털파크 사업을 더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제품 유통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굴지의 유통업체가 아닌 PEF가 새 주인이 된 점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MBK파트너스가 국내 최대의 PEF로서 뛰어난 경영능력을 보여 왔음에도 단기 차익을 노리는 PEF의 성격 때문에 경영상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심리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하이마트의 과거 '주인 변천사'가 이러한 부분을 더욱 부각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하이마트는 2005년 홍콩계 PEF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팔렸다가 2년여 만에 유진그룹에 재매각되는 등 줄곧 '주주 리스크'을 안고 있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PEF로 지분이 넘어가면 수년내 매물화 될 가능성이 크고, 재무적 투자자 영입에 따른 지배구조상 불확실성이 커질 수도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PEF로 피인수된 것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가질수도 있다"고 말했다.
◇ '알짜 매물' 놓친 롯데도 타격 = 당초 하이마트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손꼽히던 롯데쇼핑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높았다.
실제 신세계와 SK의 인수전 참여 포기로 롯데쇼핑은 인수 가능성이 더욱 커지자 주가는 지난 20일부터 사흘간(거래일 기준) 7%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새 주인 명단에 오르지 못하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25일 롯데쇼핑의 주가는 3.97% 떨어졌다. 다음날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다 0.50% 반등하는 데 그쳤다.
인수 무산으로 재무 부담이 줄어든 것 보다 하이마트 인수를 통해 기대할 수 있었던 시너지를 놓친 것을 투자자들이 더 부정적으로 평가한 때문이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했으면 자체 가전매장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회를 놓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이다"고 진단했다.
◇ 불확실한 딜 클로징…유진 주가도 날벼락 = 하이마트 대주주인 유진기업의 주가도 우선협상자가 발표된 25일 8.97% 급락했다. 다음날도 2.32% 내렸다.
우선협상자로 MBK파트너스를 선택했지만 딜이 원만히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인수가격은 주당 8만~8만2천원 선으로 알려졌다. 총 인수가격만 1조2천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입찰 직전인 지난 22일 종가(주당 5만5천400원)에 비해 45%나 높은 것으로 'M&A 프리미엄'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유로존의 경제위기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이면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고가 인수가격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PEF로 인수 자금을 마련하려면 금융권 등을 통해 파이낸싱에 나서야 하는데 펀딩이 잘 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있다.
MBK파트너스는 29일 예정된 웅진코웨이 본입찰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만큼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IB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인수자금을 고려하면 MBK파트너스가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둘 중 하나를 놓고 고민할 수도 있다"면서 "하이마트 인수를 중도에 포기하는 것을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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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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