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다정 기자 = 유럽연합(EU)이 내달 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송선에 대한 보험 제공을 중단키로 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내 4대 정유업체 중 이란산 원유를 도입해 오던 곳은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다.

SK이노베이션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약 10%, 현대오일뱅크는 약 20%를 이란산 원유로 충당해 왔다.

2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타 산유국들을 대상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물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거래를 이어온 이라크와 카타르 등 중동산 수입을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올해 1~5월 국내 정유사의 이란산 원유 도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줄었다. 대신 카타르산과 쿠웨이트 원유 도입 물량은 같은 기간 각각 14%, 23% 늘어났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다른 수입처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대체 수입선으로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앞으로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관망하면서 수입선 다변화와 현물시장에서의 물량 확보 등으로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산 원유수입 중단은 이미 예고된 사안인 만큼 당장 원유 수급에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3천~4천배럴의 대체물량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란산 원유는 타 중동지역과 비교하면 가격이 배럴당 2~3달러 정도 저렴해 기름 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연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은 두바이유의 투입 비중이 증가해 고급 제품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란산 석유 수입에 차질을 겪어도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해 국내 정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지역과 EU FTA를 체결한 북해산 원유 수입을 늘리면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다른 지역으로 수입양을 대체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란 제재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수급 차질 등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제한이 장기화되면 나라별로 안정적인 석유공급처를 찾고자 경쟁이 심화되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dj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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