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인수에 대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관계자들을 인용해,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단 중 가장 큰 1만3천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4~5척에 주목하면서 37척의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인수를 검토하는 첫 번째 기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그러나 현대상선도 각 9천만달러에 달하는 선박을 매입할 자금을 조달하는 게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관련된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한진의 배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첫 번째 기업이 될 것"이라며 "현대상선은 대형 선박을 원할 것이지만 이는 대부분 정부와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의 금융지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8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현대상선은 5조2천억원(45억4천만달러)에 달하는 부채 부담으로 고전하고 있다.

WSJ은 그러나 정부와 산은 모두 현대상선이 경쟁력 유지를 위해 한진 자산을 매입하겠다면 지원할 것으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한국 수출품 운송계약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운송 능력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 현대상선은 또 대형 경쟁자들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기업으로부터 운송계약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운송 능력 확대가 필요하다.

현대상선은 정부가 이 사안을 제기한 이후로 한진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현대상선의 대변인은 이날 한진해운이 12월까지 법원에 구조조정 방안을 제출해야만 해서 현재 관련 사항을 언급하거나 조처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정부와 산은은 세계 항구에서 떠도는 50만개의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자금을 제외하고는 어떤 추가 자금 투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진해운 컨테이너의 90%가 10월 말까지 하역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덴마크 소재 시인텔리전스컨설팅의 라르스 얀센 헤드는 "채권자들이 미래 어느 순간에 일부 이익을 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아시아에서 영업하는 소규모 해운사로 부활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청산이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얀센 헤드는 "세계 해운사로서 한진의 시대는 끝났다"며 "한진과 같이 녹슨 명성을 갖고 새로운 참가자가 진입하기에는 매우 어렵고 경쟁이 심한 곳이 아시아 해운시장이다"고 덧붙였다.

1만3천개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박의 매입은 현대상선이 초대형 해운 동맹에서 자신의 위치를 사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현재 세계 최대 해운사들인 머스크라인과 메디터레이니언 해운이 200만개의 컨테이너 운송 능력을 갖춘 초대형 해운 동맹을 주도하고 있다.

이 해운 동맹은 세계 수송량의 34%를 차지하는 아시아에서 유럽 노선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북미 노선 비중은 16%밖에 안 돼, 각 35%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지난 4월에 태동한 두 개의 다른 동맹에 뒤처져있다.

한진해운의 선단은 대부분 1만개의 컨테이너 미만을 운송하는 파나마 급이다. 이런 선박들은 1만2천 컨테이너 이상을 실은 배가 통과할 수 있도록 파나마 운하가 확장 공사를 한 이후로 빠르게 구식이 되고 있다.

libert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