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금융경쟁력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외화채권 1천억달러 시대가 열렸지만 해외RP(Repurchase Paper:환매조건부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RP는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일정기간 후에 금리를 더해 다시 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을 일컫는다. 구체적으로금융기관이 보유한 국공채 등 장기채권을 1~3개월 정도의 단기채권 상품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일정 이자를 붙여 만기에 되사는 조건으로 파는 채권이다.



◇박근혜 대통령 "금융경쟁력 우간다 수준"발언 새삼 주목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이미 표준화된 해외 RP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외화채권을 보유한 금융기관은 다양한 운용기회를 원천봉쇄 당하고 있다. 한국의 금융경쟁력이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후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해 8월 대국민 담화가 새삼 화제가 될 지경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국내 공기업 등이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채권인 KP(Korean paper)물을 포함한 외화채권 투자를 1천60억달러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금융기관은 외화채권이 가파른 속도로 늘면서 포지션을 헤지하거나 단기적으로 운용하고 싶어하지만 기회가 많지 않다. 해외 RP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서다. 현재는 국내 은행간 직거래방식으로 해외RP 거래가 부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시장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관물 차입보다 안정적

외화 채권을 담보로 거래되는 해외RP는 국제 단기금융시장의 대표적인 차입형태로 홍콩 등 역외 국제금융시장과도 긴밀하게 연계돼 작동된다. 국제금융시장 등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더라도 국내은행 등 금융기관이 대처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양질의 외화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별 금융기관의 신용 등급 등을 기준으로 무담보로 거래되는 통상적인 기간물 차입(term borrowing) 형태와 차별화되는 거래다.

대외적으로 완전 개방된 자본(capital)시장과 통화(currency)시장과 달리 국내 단기금융(money)시장은 국제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거래상품 및 거래상대방 측면에서도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가 외화표시 거래를 행하고 반대로 외국인투자자가 원화표시 거래를 행하는 이른바 'Cross 거래'는단기금융시장에서 찾아보기도 어렵다. 홍콩 등 역외 금융시장에서 'Cross 거래'는 국내 자금 시장의 '콜' 중개 만큼이나 통상적인 거래다.

◇연기금 등에도 획기적인 도움

홍콩 등 역외 금융시장과의 단기금융거래가 확대되면, 서울 금융시장의 국제금융시장내 위상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대규모로 보유한 양질의 외화채권이 Cross RP거래로 발전해 나갈 수 있어서다. 시장참여자가 확대되면서 거래량도 획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마땅한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연기금 등에 대해서도 양질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을 제공할 수도 있다. 유동성이 확대되면 다양한 만기물 거래에 대한 유인(incentive)도 커져 기간물 시장이 활성화되는 기대효과도 있다.

필요하다면 IDB(inter-dealer broker)시장을 전면 개방해서라도 해외RP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IDB는짧은 시간내 거액의 은행 자금을 원활하게 거래시키기 위해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브로커를 일컫는다. 글로벌 금융시대에 해외RP 시장 등 단기금융시장을 실질적으로 개방하지 않으면 어쭙잖은 관치 금융시비 등 괜한 오해만 살 수 있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