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성규 기자 = 시중은행들이 노사 협의를 마치는 대로 성과급을 지급키로 하면서 금융계 안팎에서 또다시 탐욕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보너스 잔치 예고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4일 "이자 감면과 수수료 인하 요구 등 은행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마당에 은행권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 국정연설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물가 관리를 국정 최우선 과제로 밝힌 마당에 은행권에 보너스 잔치는 자칫 금융당국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것도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은행권, 성과급 얼마나 = 국민은행은 지난달 월급여의 150% 수준의 연말성과급을 지급했다. 2007년 이후 4년만이다.

국민은행은 성과급 지급에 대해 이익 증가에 따른 직원들의 보상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월급여의 100~15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놓고 현재 노사간 협의가 한창이다.

신한은행은 현금 성과급과 함께 직원들에게 주식 배당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면 은행권 중 최대인 300%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될 가능성도 있다.

하나은행은 월급여의 100% 수준을 성과급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노사 협의 단계까지 못 갔지만, 다른 은행들의 보너스 수준을 보고 나서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수수료 인하와 이자 감면을 은행권에 요구했고, 은행권이 이를 수용한 상황에서 직원한테 주는 보너스를 가지고 은행권 '탐욕'을 얘기하는 것은 받아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월가의 탐욕 재연인가 = 최근 은행권에서 직원들에게 보너스 지급을 계획하는 것을 두고 월가의 탐욕과 비교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들은 월가의 탐욕과 국내 시중은행의 보너스 지급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은 적자 경영임에도 임원진과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이어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익을 낸 데다 성과급 수준도 사회 통념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신한지주를 필두로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은 지난해 누적 당기 순이익이 2조~3조원 안팎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B은행의 한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원들은 임금 동결과 삭감을 3년 연속 반복했다"며 "은행들이 그간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통해 지난해 이익을 낸 만큼 직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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