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연초부터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부상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강하게 물가 안정 의지를 피력하는 만큼 외환당국의 스탠스가 달러화 상승 억제에 맞춰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4일지난해와 달리 대외불안 요인이 여전하고 정부의 연초 물가 강조와 달리 실제 정책에서 방향 선회를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물가 강조에 따른 달러화 하락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MB, 연초부터 물가안정 강조 =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선거를 앞둔 올해 이 대통령은 연초부터 물가 안정을 국정 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에서 잡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에는 "농축산물을 중심으로 품목별 물가관리 목표를 정해 일정 가격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는 확고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른바 물가관리 실명제까지 지시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도 "올해 최우선 과제는 물가 안정이다. 전방위 대책을 마련하겠으며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거들었다.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 안정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나서면서 환시에서도 당국의 스탠스가 달러화 상승을 억제하는 쪽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 심리가 부각했다.

달러화는 지난해 초반 이른바 '메들리 보고서' 등 물가 상승에 따른 당국이 달러화 하락 용인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면서 빠르게 하락한 바 있다.

A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해 연말부터 유로존 우려에도 달러화 1,160원선이 번번이 막히면서 당국이 막아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팽배했다"면서 "역외들도 이를 고려해 연초 달러화 1,150원대 후반에서는 우선 달러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말했다.

▲달러화 하락 재연은 '글쎄' = 시장 참가자들은 하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강조도 달러화가 지난해와 같은 하락우위 흐름을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로존 위기 심화 등 대외 불안요인이 여전한 점을 제외하더라도, 당국의 스탠스가 물가 안정으로 돌아섰는지 확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연일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외환정책 주무부처인 재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 방점과는 차이가 있다.

재정부는 지난 3일 실시한 업무보고 등에서 내년도 경제정채의 첫번째 과제로 유로존 위기 등 '복합위험' 대응을 꼽았다. 또 경기 둔화에 대응해 상반기 중 예산을 70% 배정키로 하는 등 전방위적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 방어에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재정부는 올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지난해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평가하면서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 등 이른바 '생활물가' 안정을 물가관리의 목표로 제시했다.

금리나 환율 등 거시정책보다는 미시정책으로 주요 품목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정부 정책의 방점이 엇갈리면서 환시도 외한당국 스탠스를전망하는 데 혼선을 빚고 있다.

실제 전일 달러화가 1,150원선을 하향 돌파한 후 추가 하락이 제한되자 당국의 매수 개입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B은행의 한 딜러는 "전일 역외들의 달러 매도는 당국의 물가 안정위주 환율 정책에 대한 기대보다는 경제 지표 개선에 일시적인 숏베팅으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 "매도 주체도 단기 트레이딩 세력이었던 만큼 역외가 아래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고 단정하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