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한국은행도 신년사 등을 통해 물가 안정 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은 여전하다. 금리정책을 놓고 당국과 시장의 괴리감이 커질 대로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은이 향후 정책에 대해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방향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까지 물가안정 강조해도..'= 국고채 금리(3년물 기준)는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며 기준금리에 가깝게 붙어 있다. 4일 현재 국고3년금리와 기준금리의 스프레드는 10bp가량으로, 3년여만에 최저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꾸준히 금리 정상화 기조를 강조하고 이명박 대통령마저 연간 주요 정책 목적으로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시장의 기대심리는 요지부동이다.

시장이 당국 스탠스와 달리 금리인하를 예측하는 데는 국내외 경제지표 악화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리 정상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물가 상승률이 올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떤 일이 있어도' 물가를 3%대 초반으로 잡겠다고 하지만, 한은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3%다. 대통령의 목표치와 한은의 전망치가 서로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김중수 총재가 신년사를 통해 물가안정을 강조하며 개정된 한은법을 통해 새로운 통화신용정책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은 이를 '결국 금리정책으로는 물가를 잡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물가가 한은의 전망대로 3% 초중반의 상승률을 보인다면, 유럽발 국내외 실물경제 지표의 악화는 금리인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예상이다. 이들은 이르면 1분기, 늦어도 2분기 안에 광공업생산 지표 등 국내 경제지표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고, 본격적인 대외 수출여건 악화는 금리정책의 변화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김중수 총재에 대한 시장의 불신= 문제는 김중수 한은 총재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다. 시장이 진단하는 국내 경기 상황이라면 한은도 충분히 인지할 뿐 아니라 더욱 구체적인 분석 등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다만 통화당국의 수장으로서 경제주체들의 불안심리, 또는 정책 전망에 대한 과도한 쏠림 현상 등을 방지하기 위해 김중수 총재가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여기는 시장 참가자들이 적지 않다.

김중수 총재가 다른 경제 수장들과 비교해 국내 경기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것도 통화정책 책임자로서의 부담감이 일정 부분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유럽재정위기는 새해에도 세계 금융시장의 뇌관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중국의 경기마저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경제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김 총재의 발언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기 보다, 일단 금리정책 전망에 있어 그의 발언을 배제하고 보자는 시장의 인식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한은의 '소통 장애' 현상이 '소통 불구'로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은, 소통 강화의지 있나= 지난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시장과의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고자 1월부터 금리 예상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벤 버냉키 Fed 의장이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기자회견을 1년에 네차례 가량으로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에 매달 한 차례씩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국내 금통위는 시장과의 괴리감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12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해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소통능력 부분을 지목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최근 한은 조직개편에서 대내외 의사소통을 전담하는 부서로 커뮤니케이션국을 신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다.

채권시장의 한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의 그간 발언들을 종합해보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일정한 방향성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많이 읽혔다"며 "총재의 그런 스탠스가 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의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환경 속에 독자적인 국내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것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향후 통화정책을 시장에 설명할 책무가 있는 김중수 총재가 시장과의 신뢰를 다시 구축하는 과정을 몸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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