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구제기금을 역내 은행에 직접 지원하고 구제기금이 일반 은행 채권자와 같은 지위를 갖도록 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상들의 합의가 나온 지 하루도 안 돼 전문가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러한 회의론이 확산하면 29일 오후에 나타난 금융시장 랠리가 빠르게 식을 것으로 보인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합의가 필요한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어설픈 합의에 시장이 망상에 빠져 환호했다고 꼬집었다.

루비니 교수는 (본래)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민간 채권에 우선한다면서 어떻게 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ESM 대출이 채권과 동등하게 다뤄질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은행 연합과 관련해 공동의 감독 기구를 만들고 ESM으로 은행에 직접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 두 가지만이 이번 합의에 포함됐다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차원의 예금 보험 장치를 만들고 은행 지급불능 체제를 구성하는 내용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예금 보험이 되더라도 유로존 탈퇴 때 통화가치 절하 위험에 따른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BC의 로버트 페스톤 경제 전문기자는 이번 합의가 구체적인 부분에서 현저하게 미진하며 완전한 은행 연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구제기금의 순위를 먼저 고려하지 않도록 했지만 그리스의 경험으로 볼 때 ESM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민간 채권단에 우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이번 합의에도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금융위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연말께 혼란에 직면하리라 전망했다.

이 은행은 이탈리아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1.6%로 낮추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을 2.4%로 관측했다.

씨티그룹은 스페인이 올해가 지나기 전에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조건부로 요청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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