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4일 달러-원 환율은 1,100원대 지지력을 확인할 전망이다.

도이체방크의 140억달러 과징금 부과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과징금 액수가 절반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다소 가라앉았으나 분명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촉발되던 때를 이미 목도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 정도가 아니다. 부실 주택담보대출 증권(MBS)을 우량채권으로 속여서 팔아 과징금을 맞았다는 내용이 구제금융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과거 베어스턴스의 상황처럼 자금난을 유발시킬 수 있어서다. 자칫 금융기관 사이의 신용 리스크로 이어질 경우 단기 유동성 리스크가 일어날 우려도 있어 안심할 수 없다. 과거 베어스턴스는 골드만삭스가 파생상품 계약 갱신을 해주지 않으면서 자금난에 봉착했고, 결국 JP모건에 인수됐다.

무서운 시그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금융권의 한 인사가 강남의 한 헬스장에서 운동하던 중 한 중년 여성으로부터 "도이체방크가 망한다면서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물론 그저 우스갯소리로 넘어갈 법한 일이다. 다만, 증권사 객장에 스님이 등장하거나, 아기를 업은 아주머니가 등장하면 꼭지라는 판단을 하는 것처럼 금융시장에서 때로는 이런 우스운 이야기가 무서운 시그널이 되기도 한다.

서울외환시장에서도 이같은 우려는 달러화 숏포지션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월말, 분기말이 지나면서 이월 네고물량을 제외하면 대규모 수출업체 달러 매도는 해소된 상황이다. 이에 달러화가 1,100원선 부근에서 등락하며 조심스러운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10월부터 중국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편입이 이뤄진 데 따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이후 중국의 국경절 연휴가 오는 7일까지 일주일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시장이 일제히 휴장하면서 영향이 제한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경상수지 흑자는 55억1천만달러로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에는 수출 부진과 함께 수입이 증가도 전환되면서 수출감소에 수입이 더 감소했던 '불황형 흑자' 그림은 면했다. 그런데도 경상수지 흑자 폭이 감소한 것이 향후 추세를 띨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국인 해외 증권투자로 나가는 돈도 많다. 8월 내국인 해외채권투자(부채성 증권)는 54억1천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환시에서 달러 매수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원화 강세의 가장 기본적인 요인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흑자폭이 줄면서 원화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도 나타날 수 있다.

달러화는 1,100원선에서 지지력을 보이겠으나 전반적으로는 대외 여건을 살피며 눈치 보기 장세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환율은 소폭 상승했다. 역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1,103.50원에 최종호가됐다. 이는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25원)를 고려하면 전일 현물환종가(1,101.30원)보다 1.95원 오른 수준이다. 저점은 1,101.00원에, 고점은 1,105.50원에 거래됐다.

이날은 한국은행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다. (정책금융부 금융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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