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EU 정상회의 단기 대책 혜택 요구할 듯

유로존은 반대…협상 '안갯속'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이행하는지 점검하는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ㆍ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 실사단이 이번 주 현지를 방문해 그리스의 새 정부와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놓고 격돌할 전망이다.

그리스 정부는 2차 총선을 통해 정부를 구성한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를 3%로 낮추기로 한 목표 시한을 2016년까지 최소 2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긴축 및 구조조정 완화 방안을 요구하기로 하면서 트로이카와의 충돌을 예고한 바 있다.

그리스는 이에 더해 지난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그리스에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그리스와 트로이카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협상이 교착 상태에 처하게 되면 트로이카의 구제금융 지급이 중단될 수 있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이에 이은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험이 다시 부각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리스 "유로존 구제기금 통한 은행권 지원" 요구할 듯 = 2일 프랑스 AFP 통신에 따르면 트로이카는 오는 3일 그리스를 방문해 실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트로이카 실사단이 이번 주 그리스를 방문한다면서, 안토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신임 재무장관 등 각료들과 주말 동안 트로이카의 방문을 대비해 전략 마련에 몰두했다고 보도했다.

트로이카 실사단은 애초 지난달 25일 아테네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사마라스 총리와 재무장관 지명 직후 사임 의사를 밝힌 바실리스 라파노스 그리스내셔널뱅크(NBG) 총재의 건강 사정으로 방문을 연기했었다.

각막 수술로 EU 정상회의에도 불참한 사마라스 총리는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유럽 정상들에게 지난 28일 서한을 보내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의 재조정을 요청했다.

그는 서한에서 "긴축 재정으로 촉발된 불황과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높은 실업률을 타개하기 위해 그리스 구제금융안의 집행 조건에 '불가피한(necessary)'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카티메리니는 소식통을 인용, 사마라스 총리가 트로이카에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내용이 그리스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구(ESM) 등 유로존 구제기금을 통해 그리스의 은행들의 자본 확충도 지원해달라는 요구다.

카티메리니는 그리스 관료들은 이 방안이 받아들여지면 500억유로(약 72조2천억원)의 정부 부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리스 정부가 민영화 추진 속도를 높이는 쪽으로도 방향을 정하고, 이와 관련해 사마라스 총리가 오는 5일 의회에서 핵심 민영화 대상의 명단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로존 "그리스는 이탈리아ㆍ스페인 아냐" = 관건은 트로이카가 그리스의 요구 조건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이느냐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2차 총선을 앞두고 구제금융 전면 재협상을 주장하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집권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일정 부분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게리 라이스 국제통화기금(IMF) 대변인은 이와 관련, 지난 28일 "그리스 새 정부가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우리는 이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로이카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리스 정부의 완화 요구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그러나 그리스 새 정부가 내건 요구조건을 트로이카가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외르크 아스문센 집행이사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려면 재정 긴축과 개혁 목표를 '100%' 이행해야 한다"는 말로 그리스를 압박했다.

아스문센 이사는 그리스가 시간을 벌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그리스에 시간을 더 주면 다른 16개 유로존 회원국과 IMF가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야 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요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스가 EU 정상회의에서 나온 방안의 혜택을 볼지도 불투명하다.

장 클로드-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지난 29일 국영 아네테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었다.

융커 의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 취하기로 한 조치와 그리스에 적용되는 프로그램은 성격이 다르다"면서 "그리스는 이미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들어간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는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엄격한 재정 통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리스가 EU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대책의 적용을 받지 못할 경우 유로존 회원국들에 대한 불평등 대우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지난달 스페인이 재정 감축 등의 조건에 구속받지 않는 은행권에 한정된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을 때도 같은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sjkim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