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모저모> 이재용과 엘리엇의 절묘한 타이밍
<증권가 이모저모> 이재용과 엘리엇의 절묘한 타이밍
  • 김경림 기자
  • 승인 2016.10.07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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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말께 회장으로 취임한다는 데…'

지난달 12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 이사에 선임된 이후 증권가 곳곳에서 나온 얘기다.

삼성물산 주가는 이후 급등, 16만원대로 올랐다.

7일 현재 기관투자자의 삼성물산 누적 순매수는 지난달 13일 이후 71만1천372주에 이른다. 투신이 26만주, 사모펀드가 17만주를 사들였다.

대부분이 엘리엇의 공식 서한이 발송된 후에 나온 주문이지만 5일까지도 기관과 외국인은 누적 순매수를 이어왔다.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 이사 선임 직후인 13일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주식을 산 투자자는 각각 15.90%와 15.43%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 5일 밤에는 삼성그룹에 특급 호재가 터졌다.

지난해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과 지주사 전환, 삼성전자 사업부의 분리 상장 등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표를 던져 논란을 일으켰던 엘리엇이 이번에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우군이 됐다.

엘리엇은 공개 서신을 통해 삼성전자의 주가가 다른 경쟁사들에 대비해 크게 저평가된 이유가 지배구조와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등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인적 분할하고 삼성전자 지주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주사를, 삼성전자 지주사는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소유하게 된다. 즉, 이재용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의 대표가 되는 셈이다. 그는 삼성물산 지분을 17.23% 가진 최대 주주다.

이 때문에 엘리엇의 요구 사항은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제안을 수용해 인적 분할을 비롯해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A 증권사 연구원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삼성전자가 인적 분할을 해 지주사로 바뀔지는 아직 추측에 불과하지만, 지배구조 변화를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명분이 확실하게 생겼다"며 "엘리엇의 제안은 그간 증권가에서 예상해온 시나리오와 비슷하고 가장 상식적이기 때문에 이대로 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크게 새롭지 않은 제안인데 이걸 지난해는 공격수로 나섰던 엘리엇이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함께 공개적으로 요청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삼성그룹과의 '짬짜미' 의혹도 제기됐다.

엘리엇 산하의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탈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을 총 0.62% 정도 갖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은 당연한 얘기다.

B 증권사 연구원은 "이미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구조를 바꾸고 연말께 회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예상은 등기 이사 선임 때부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인지되고 있던 점"이라며 "다 아는 사실을 공개서한으로 보냈다는 점, 그리고 자사주 매입 등 명백한 주가 상승 요인 등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도성이 있다"고 귀띔했다.

C 외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삼성 고위 임원들이 이번 주말 미국에 NDR을 가는데 가서 만나는 기관투자자들이 누군지 볼 필요가 있다"며 "일단 엘리엇이 요구한 사항들은 모두 시장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고 전했다.

어디까지나 시장에서 떠도는, 많고 많은 의혹 중 하나다.

(산업증권부 김경림 기자)

kl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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