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한민국 증시 전망에 대한 의견이 그 어느 때보다 엇갈리는 모습이다. G2(미국,중국)의 하반기 경기 동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작년말 이후 올 상반기까지 우리 증시는 `유동성의 힘', 특히 외국인들의 가열찬 `바이코리아'에 의존해 대세 상승기를 맞는 국면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내 그리스와 스페인의 불안한 국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데 어쩔줄 몰라하는 유럽연합(EU)의 갈팡질팡한 모습이 짙어지자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에서 일단 발을 뺐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 대해 투자자들은 주시한다. `삼성전자' 그 이름만으로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일 듯 했다. `삼성의 힘', `주가 140만원'으로 증시는 단박에 2천선을 뛰어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삼성 주가의 독주체제에 우려의 의견을 내놨지만 이내 묻히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가열차게 삼성을 외치며 열심히 삼성전자를 사 모으던 외국인들과 다수 국내기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연중반 이후론 `삼성 포지션'을 덜어내기에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양, 시장에 울려퍼지던 `삼성 찬양' 일색의 합창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곧 수그러들고, 역시 투자자들은 냉담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이 대목에서 어느 비유적인 우화를 떠올려 보게 된다. 어느 시골 잔치에 오랜만에 가족과 친지들이 모였다. 아버지들은 자녀의 손을 잡고 오래동안 보지 못했던 사촌이며 형제들을 보게 된다. 아버지의 일성은 단연 장남, 큰 아들로 일갈된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맏이 자랑을 늘어놓는다. 공부도 잘하고 인물도 잘생겼다. 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이런 얘기를 한참 듣고 있던 어느 어른이 조용히 조언한다. "두고 보시게. 둘째가 효자노릇 한다는옛말도 있다네."

언제나 앞서가는 맏이는 늘 자랑스럽고 믿음직하다. 하지만 그 촌로(村老)의 말대로 효자는 반드시 자랑스런 그 맏아들이 아닐 수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맏이에 대한 독보적인 믿음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삼성이라는 맏아들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전쟁 이후 60여년간 대한민국의 성장사를 보자. 섬유산업을 지나 건설에 의존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후 반도체와 가전, 자동차로 확대됐다. 하지만 산업의 스펙트럼이 확대됐더라도 `메이드인 코리아' 브랜드가 세계 1위인 제품은 몇개나 되나. 손에 꼽을 정도다. 그만큼 여전히 한국 경제와 주가는 `맏아들 사랑'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 위험한 것은 삼성을 위시해 집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몇몇 대기업, 집단기업은 과거 경제성장에 대해 큰 기여를 했다는 공로에 가리워 재벌들의 권력 세습과 `작은 지분-큰 지배'라는 공식이 묵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이라는 큰 아들에 대한 과도한 가치부여와 의존이 깨지지 않는 한, 재벌의 편의를 봐주는 국가적 시스템과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둘째를 키우고 세째를 북돋워야 한다. 삼성과 현대차와 같은 맏형보다 나은 기업들이 줄줄이 나와야 한다. 지금 아니면 언제 그것을 준비할 것인가. 세계 모든 국가들이 불안하다고 움츠러들고 퇴보할 때, 조용히 다른 아들들을 키워낼 수 있는 진정한 미래전략에 대해 당국자와 위정자들이 먼저 고민할 때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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