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 경제의 모범생이었던 우리나라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고 있다. 우리 경제의 민낯이 드러나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왜(why) 이런 위기를 맞았는지에 대한 성찰을 찾아보기 힘들다. 무기력한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서 무엇(what)을 어떻게(how)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증요법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

우리경제가 왜 이 지경까지 몰렸는지에 대한 정부의 성찰 부족은 산업정책의 헛발질로 이어진다. 빚쟁이 가계를 대상으로 '떨이'식 그랜드세일 행사를 기획하는 게 대표적이다. 경쟁력을 상실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대우조선해양에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면서도 플랫폼 사업인 한진해운을 섣불리 법정관리행으로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팀목이던 삼성전자도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으로 휘청거린다. 수출 주도형인 우리 경제의 절벽이 예상보다 빨리올 수있다는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 가계부채 1천300조 눈앞인 데 소비진작되겠나

정부는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한다며 이번 한 달 간 '코리아그랜드세일'이라는 행사를 야심차게 기획했다. 10%나 할인한 현대차 5천 대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일부 성과도 보인다. 하지만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의 '떨이' 식으로 진행되는 행사가 내수 관련 경제지표를 끌어올리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 주체인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카드사용액까지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올 상반기 54조원이나 늘어 6월 말 현재 1천257조3천억원에 달했다.2.4 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로 지난 2001년 1분기 48.5% 대비 배 가까이 폭증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경기 부양책을 실시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재임시절에만 170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었다. 사상 처음으로 가계부채 1천200조원 시대가 열린 것도 최 전 부총리 시절이다.

빚이 늘면서 가계의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6% 수준까지 급등했다.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맞을 당시 가계부채 비율도 130%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 가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의 미국 가계보다 더 빈털터리가 됐다는 뜻이다.

정부는 가계를 이런 지경까지 내몰아 놓고 이제 소비가 부진하니 떨이 행사를 한다며 야단법석이다. 뜨거운 아이스크림 만큼이나 형용모순인 경제정책이다.



◇ 애플은 밤새 줄 서는 데 갤럭시는...

우리나라 제일의 혁신 아이콘이었던 삼성전자도 최근 실망스러운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홍채인식 등 신기술로 무장한 야심작 갤럭시노트7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서도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에 대한 반성을 찾아볼 수 없다. 밧데리를 바꾼갤럭시노트7(what)의 신속한 교체(how)에만 치중한 탓에 왜(why) 폭발사고가 자꾸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이런 대증적요법식 대응은 갤럭시라는 브랜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까지 사는 등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고전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왜 갤럭시 시리즈를 사야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컨셉을 제시하지 못했다. 애플은 시리즈를 내놓을 때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밤을 새워 줄을 설 정도로 '아이폰'을 컬트(cult)의 경지에 올려 놓았다. 갤럭시는 브랜드를 유지해야할 지 고민해야할 처지이지만 아이폰은 열광자 집단에 의해 앞으로도 탄탄한 수요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위기를 벗어나는 길을 하드웨어 개선만이 아니라 거듭나는 수준의 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아이폰시리즈 대신 왜 삼성전자 갤럭시를 사야하는 지에 대해 명확한 컨셉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삼성전자도 왜(why)는 없고 무엇(what)과 어떻게(how)만 아는 우리정부의 닮은꼴이라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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