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김대도 기자 = 스페인에서 1위, 2위를 다투는 은행들이 한국에서 짐을 싸면서 그 배경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계은행 서울지점 철수는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UBS 등 유럽계와 미국계은행에 이어 BBVA(방코 빌바오 비즈카야 아르젠타리아), 산탄데르은행 등 스페인계은행까지 번져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번 스페인계은행 서울지점 철수의 배경은 글로벌 금융규제 강화에 따른 전세계 은행의 다운사이징(규모 축소), 스페인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과 아시아 영업 경쟁력 약화 등이 꼽히고 있다.

BBVA서울지점은 지난 2007년 한국에 들어와 2011년에 지점으로 승격된 이후 줄곧 적자를 본점 차입으로 메워왔다.

외국계은행 지점 공시에 따르면 BBVA의 영업은 지난 2011년말 26억2천300만원, 2012년말 41억3천800만원, 2013년말 14억7천만원, 2014년말과 2015년말에는 각각 36억6천800만원, 9억8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계속된 영업손실에도 자본총계는 2011년 370억원에서 2015년말 532억원으로 증가했다. 스페인 본점에서 갑기금을 지속 투입해 줬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업이 고전을 한 것은 조달금리 상승의 여파도 있었다.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스페인계은행의 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했다. BBB-인 국가 신용등급이 BBB+로 돌아섰지만 펀딩코스트가 높아 금리 경쟁력이 악화됐다. 이에 영업경쟁력 또한 급격히 저하됐다.

한 스페인계은행 관계자는 "저금리로 조달하는 일본계, 미국계, 중국계은행들과 금리 면에서 경쟁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규제와 트렌드 변화도 서울지점 철수에 한 몫했다. 바젤Ⅲ 등의 글로벌 규제로 리스크에 대한 자본금 충당이 엄격해지면서 파생상품영업은 쉽지 않았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지점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개점 이후 7년~10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영업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시아권의 지점은 일제히 정리 대상이 됐다.

은행 본점 차원의 글로벌 영업전략 변경은 서울지점 철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전세계적으로 집중, 축소, 철수 순으로 지점을 정리하면서 아시아권의 지점 정리에 나섰다. BBVA는 리테일뱅킹과 핀테크에 은행 역량을 집중시키고, 스페인과 남미, 터키 등에 영업전략을 맞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규제가 강화되고, 은행들 자본 비율 등이 엄격해지면서 모든 리스크에 대해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전 세계 은행들이 경비절감을 위한 방안을 찾으면서 다운사이징을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BBVA은행은 한국기업들이 남미에 진출할 때 현지 금융기관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왔다"며 "그럼에도 아시아권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정리 수준을 밟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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