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정 씨티은행 외환파생운용부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시장이 바뀌고 그런 시장에 적응하다보니 큰 흐름에 대한 트레이딩은 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트레이딩을 잊어가는 듯해 되찾으려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서울외환시장에서 고참 베테랑 딜러로 통하는 류현정 씨티은행 부장은 오랜 시간 시장을 겪어왔음에도 늘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이 하루 10원 넘게 위아래로 넘나드는 변동성이 큰 흐름속에서 연합인포맥스가 18일 류현정 부장을 만나 최근의 시장 상황을 들어봤다.

지난 1993년 한미은행으로 입행한 이후 트레이딩만 24년째. 류 부장은 서울환시에서 합리적이고 원칙을 거스르지 않는 딜러로 손꼽힌다. 안동 양반 특유의 점잖은 말투와 흔들림 없는 한결같은 태도가 그의 딜링 스타일에도 고스란이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전히 개장 후 마감까지 시간이 어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다.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큰 이슈를 놓고도 굵직하고 줏대 있는 딜을 하기는 어려워졌다.

시시각각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뒤집히는 서울환시의 분위기에 때로는 베테랑 딜러도 그에 편승할 수 밖에 없다. 트레이딩도 시대 변화에 빠르게 변해가고 있지만 큰 흐름을 보는 마음가짐은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최근 좋은 일이 생겼다. 최근 열 살 연하의 변호사와 화촉을 밝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랫동안 트레이더로서만 살아온 그에게 선물과도 같은 일이었다.

시장은 술렁였다.류 부장의 결혼 소식을 들은 금융권의 한 지인은"그야말로 블랙스완과도 같은 일!" 이라며 반가운 마음을표현하기도 했다.

올해 53세. 오랜 기다림 끝에 소중한 운명의 상대를 만난 류 부장에게 올해 10월은 53년 인생의 멋진 새출발점이다.

류현정 부장은 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서 지난 1993년 한미은행 딜링룸에서 외환딜링을 시작했다. 2004년 11월부터는 한국씨티은행에서 외환트레이딩 헤드(외환파생운용부 부장)를 맡고 있다.



--오랜 딜링 경험에 비춰봤을 때 최근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나

▲시장의 메인 드라이버가 굉장히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국내 시장의 수급 요인이 지배하고, 대외요인은 일시적으로 영향을 줬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글로벌 매크로 변수가 시장을 주도한다. 미국, 일본, 유럽, 싱가포르까지 해외 요인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높아졌다. 국내기업도 과거에는 시점에 따라 레벨 불문하고 팔았는데 최근에는 레벨에 따라 리깅 앤드 래깅(leading and lagging) 전략에 적극적이다. 이는 해외요인과 합쳐져 시장에 더욱 크게 영향을 준다.

--방향성도 일정치 않은 듯한데

▲글로벌 매크로 흐름이 길어야 2~3일이다. 환율도 금방 엎어졌다 다시 오르고 하면서 스토리를 만들기 어려운 시장이다. 방향성이 짧게 움직이고 있다. 큰 흐름을 보고 적극적으로 딜링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딜러는 바뀐 상황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해외 이슈를 어떻게 모니터링하나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팀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의견을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과거에 비슷한 상황이나 레벨에서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히스토리도 집중해서 본다. 물론 그렇다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그로 인해 결정이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벤트에 대한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 것은 필요하다.

--12월 미국 금리인상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시장에서는 상당부분 선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최근 미국 금리 움직임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 상승 쪽으로 반영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최근 4개월래 고점 수준으로 올라 미국 금리인상을 적극 반영하는 듯하다. 원화를 비롯한 이머징 쿼런시는 과거 미국 금리인상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듯하다. 민감도가 과거보다 떨어지는 듯하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나 폭에 대한 기대가 좀 낮아진 부분도 있다. 다만, 금리 인상 시기에 원화의 장기 플로우가 해외로 나가는 아웃 플로우가 생길지는 의문이다. 원화 약세 전망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최근 트레이딩에 대한 평가는

▲큰 흐름을 갖고 딜링하기보다 순간순간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조금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큰 흐름에 대한 트레이딩은 하기 어려워졌다. 시장이 바뀌고 그런 시장에 적응하다보니 자신도 그런 트레이딩을 잊어가는 듯해 되찾으려고,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거래를 하다보면 큰 흐름에서 벗어나는 빈도도 잦은 듯하다.

--현재의 외환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 경제가 시장을 가장 끌고 가는 이슈인 것은 사실이다. 큰 흐름만 보고 가기보다 여러가지 상황 변화를 감안하면서 짧게짧게 끊어가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이 아닌, 멀리 있는 수개월 후의 이야기들이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한다. 큰 이슈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시장을 확 뒤집기보다,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많아 짧게 영향을 주고, 잠복했다 수면위로 고개를 내미는 흐름이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NIMBLE'해져야 한다. 즉, 영리하고 민첩하게 시장에 대응하는 수 밖에 없다.

--결혼 소식을 들었다. 축하드린다.

▲감사하다. 열심히 잘 살겠다. (웃음)

--뒤늦게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게 됐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

▲소개로 만났고 더 늦기전에 결혼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트레이더로 일하면서 주변에 깊게 관심을 못두는 편이었다. 굉장히 늦게 포지션을 잡게 됐다. 만기 포지션테이킹으로 보고 있다. 더이상 스탑로스는 없다.(웃음)

--딜링과 결혼의 공통점을 생각해보자면

▲(펄쩍)절대 생각할 수 없다. 딜링은 아니다 싶을 땐 빨리 돌아서야 한다. 아니다 싶은 포지션은 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러나 결혼은 끝없는 인내와 희망으로 배려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합리적인 가치관과 생각으로 대해야 하는 점은 공통점이지만 의사결정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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