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대한항공이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추진했던 외화표시 영구채 발행에 이어 국내에서 추진한 공모 회사채 발행에서도 투자자들로부터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항공기 신규투자 등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동안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직접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잇따라 실패함에 따라 앞으로 유동성 관리에도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다.

18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일 1년 만기로 1천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전량 미매각됐다.

이번 회사채는 만기가 1년으로 짧았음에도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은 것은 계열사에 대한 재무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이 'BBB+'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에 애매한 등급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2014년 9월부터 회사채 발행에서 미달을 지속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미 여섯 차례 연속으로 투자자 확보에 실패한 셈이다.

앞서 지난달 대한항공은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30년 만기로 3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금리 차이 등으로 투자자 확보에 실패했다. 투자자들이 재무리스크를 들며 대한항공의 제시금리보다 높은 7% 전후의 금리를 요구한 탓이다.

최근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사상 최대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에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향후 대한항공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욱이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유동성 관리나 신용도에도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천%를 넘어서면서 앞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천%에 달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하다는 의미"라며 "유동성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를 돌리는 데 실패한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신용등급이 'BBB'급이란 점에서 기관투자자들이 회사채를 매수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의 회사채는 기관투자자용이 아니라 리테일용으로 일부 소화되는데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대한항공도 매출채권의 유동화나 사모채 등 대체 자금조달 수단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며 "다만, 당장 유동성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도 "부채비율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자체적인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대한항공 회사채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자산유동화 등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공모채 발행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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