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금융의 중심지로 불리는 여의도에서 금융사들이 떠나고 있지만, 대형 신축 오피스 빌딩 공급이 연기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여의도 오피스 공실률이 여전히 높은 상태여서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탈여의도' 외치는 금융사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는 미래에셋증권과의 합병에 따라 본사를 여의도에서 중구 센터원 빌딩으로 이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11년 여의도에서 센터원으로 이전했다.

대신증권도 지난 1985년부터 머물렀던 여의도를 떠나 올해 말 명동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여의도의 상징물이었던 대신증권 황소동상도 명동으로 같이 떠난다.

메리츠자산운용도 존 리 대표가 취임한 후 여의도에서 종로구 북촌로 한옥마을로 본사를 옮겼다. 운용사가 반드시 여의도에 있을 필요가 없고, 새로운 발상이 창의적인 업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도 부산으로 본사를 옮겨 여의도에는 서울사무소만 남아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2년 여의도에서 떠났고 심지어 방송사인 MBC도 여의도에서 상암 신사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금융사들이 여의도를 떠나는 이유는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지리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금융네트워크 등 여의도만의 장점도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나 금융지주, 외국계 금융사, 대기업, 언론사들이 대거 CBD 지역에 몰리면서 금융의 무게추도 옮겨가고 있다.

도심권역(CBD)에 본사가 있는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여의도만의 메리트가 전보다 많이 떨어진 것 같다"며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 금융사들도 CBD에 많고 미팅을 하기도 CBD가 더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 금융사 떠나도 오피스 신규 공급은 증가하는 여의도

여의도에서 금융사들이 떠나는데도 여전히 신규 오피스 공급은 연기금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 건너편에 위치한 여의도우체국을 33층, 연면적 6만8천㎡ 규모 대형 오피스 빌딩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우본은 2020년 오피스 빌딩을 완공할 예정이며, 빌딩 일부는 우체국 공간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사무실로 임대한다.

여의도우체국 바로 옆 건물인 교직원공제회관도 재건축이 진행중이다. 새 오피스 빌딩은 지하5층~지상27층 총면적 약 8만3천㎡ 규모며 오는 2018년 완공된다.

사학연금도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사거리에 위치한 사학연금회관을 재건축할 예정이다. 정확한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오피스 빌딩을 짓는 것으로 내부 검토 중이다.

여의도 미래에셋빌딩도 재건축 중이며 내년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빌딩은 지하 5층~지상 14층, 연면적은 약 4만6천㎡ 규모다.

여의도 파크원 부지에는 백화점 뿐만 아니라 오피스 빌딩도 함께 세워진다. 현대백화점은 파크원 내에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초대형 백화점을 선보일 계획이며, 53층·69층 오피스 2개동과 30층 호텔도 파크원에 들어설 계획이다.

이처럼 여의도에 대규모 오피스 빌딩이 신축되면서 공실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화63시티에 따르면 여의도권역(YBD) 공실률은 3분기 7.8%며, 프라임 등급 오피스 공실률은 13%대로 서울 권역 내 최고수준이다.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3동(Three IFC)의 공실률은 69%이며, 동여의도에서는 KTB빌딩(구하나증권빌딩)과 여의도파이낸스센터타워(동양증권빌딩)와 유화증권빌딩 등도 공실률이 각각 21%, 15%, 56%다.

경기 부진이 지속돼 임차인이 줄어들고, 향후 금리까지 인상된다면 오피스 공실률 상승과 투자수익률 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여전히 IFC는 많이 비어있고, 여의도우체국 재건축 등 오피스 공급이 이어져 향후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kp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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