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생산자물가가 2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물가지표가 빠르게 하향 안정되고 있지만, 인플레 기대심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9일 분석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6월 생산자물가지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9년 11월 0.4% 하락한 이후 최저치다. 전월 대비로는 지수가 1.4% 낮아지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6월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로 2.2% 올라 2009년 10월 2.0% 상승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경제분석부장은 "생산자물가지수의 하향 안정을 통해서 공급요인과 수요요인 모두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 부장은 "국제유가 등 해외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공급 요인에서 물가 하락 압력이 나타나는 동시에 유로존 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수요 위축이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부장 등 전문가들은물가 지표 하향 안정에도 인플레 기대심리를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당장 큰 변화를 보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대인플레 역시 물가 헤드라인에 후행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지만, 일반인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에서 하향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한은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때 공개한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7%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차이는 전월 1.2%포인트에서 1.5%포인트로 더 벌어진 상태다.

김유미 KTB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제유가 급락세가 물가 헤드라인 하향 안정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체감적으로 개인서비스나 공공요금 인상 압력은 남아 있다"며 "농축산물 가격도 기후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등 상대적으로 체감물가는 높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후행적으로 조금은 둔화될 수 있겠지만, 3% 초반 수준으로 빠른 속도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훈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대인플레 진폭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크지 않다"며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그림은 되겠지만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경기 하방 압력이 세지는 상황에서 기대인플레가 높다는 이유로 기존의 금리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 헤드라인은 많이 안정됐고 기대인플레율은 조금씩 내려갈 것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기 하방 위험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 금통위는 3분기 중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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