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금융감독원이 유사투자자문 등 유사수신업체를 강력하게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력 확장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1천여 개에 달하는 비제도권 기관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선동 의원은 금감원에 유사수신업체에 대한 직권 조사권을 부여하고 조사를 거부하는 업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른바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씨가 구속기소 되면서 유사수신행위의 위험성이 부각된 가운데 원금 보장과 고수익으로 현혹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유사수신행위 혐의 업체에 대해 금감원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직권 조사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업체의 규정 위반 사실을 공표해 2차 소비자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도 있다.

국회가 이처럼 금감원의 권한을 늘리려는 것은 유사수신업체의 편법을 동원한 불법 행위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수신업체에 대한 신고 건수는 지난해 8월 말 기준 156건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393건으로 2.5배 넘게 급증했다.

금감원이 지난 달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 단속을 활성화하기 위한 신고센터를 개설했지만, 직접 조사 권한이 없으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에선 권한이 세지더라도 비제도권 영역인 유사수신업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우선 인력 문제다.

금감원 직원 수는 지난 2013년 이후 1천900명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이 기간 대부업체 등에 대한 감독 기능이 추가됐지만, 인력 확충은 제한된 상태에서 업무 부담만 커지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유사수신업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 수는 2010년 422개에서 현재 1천개를 웃돌고 있다. 비제도권 영역의 관리를 강화하다보면 제도권 영역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다. 금감원 관리 대상 업체를 자산 기준 등을 정해 제한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유사투자자문 등에 대한 감독 강화의 필요성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업체의 사례에서도 봤듯이 현재의 제한된 인력 구조하에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며 "모든 비제도권 업체를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자산 기준 등을 정해서 관리 대상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에선 유사투자자문 등에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모두 선의의 투자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감독당국이 보호를 해줘야 하느냐는 지적도 제기한다"며 "제도권 영역에 대한 관리 감독이 소홀해질 수 있는 측면도 있어 적절한 선을 정해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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