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미국 달러화가 흥미로운 흐름을 타고 있다. 일본 엔화와 유로화 등 강대국 통화엔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신흥국 통화에 대해선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엔과 유로, 파운드 등 6개 통화를 상대로 평가한 달러지수는 가파르게 오른다. 10월 첫거래인 3일 95.5 수준에 머물던 달러지수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더니 99.116선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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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엔이 무너질 것처럼 보였던 달러-엔은 105엔대로 올라섰고, 유로-달러는 1.08달러대로 밀렸다.

달러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돈값을 매기는 금리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일본 등 양적완화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라와 대비를 이룬다. 달러 가치가 주요 선진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는 이유다.

그러나 신흥국에 대해선 각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달러가 멕시코 페소화에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져서다. 반(反) 멕시코 정책을 공언하고 있는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약해지면서 멕시코 통화가치가 오르는 것이다. 헤알화에 대해 달러가 하락하는 건 브라질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벗어나는 등 정치불안 국면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태국 바트화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 서거 이후 정치적 불안에 대한 우려로 한때 폭락세를 보였으나 최근 반등세를 나타냈다. 남아공 랜드화는 원자재가격 안정에 힘입어 달러에 강세를 보인다.

물론 달러에 약세를 보이는 신흥국 통화들도 많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결과적으로 자금 유출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터키 리라와 말레이시아 링깃 등이 그렇다. 최근 반미 행보를 뚜렷하게 보이고 있는 필리핀의 경우 9월부터 달러에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통상 미국의 금리인상기에는 달러가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인다. 미국 연준이 다른 나라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지구상의 달러 유동성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달러가치가 각 나라의 통화에 대해 일정한 행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과거와 달리 빠르지 않으며 세계 경제 상황과 흐름을 봐가며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최근 '고압 경제'를 거론하며 경기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저금리 체제가 좀 더 지속될 수 있는 공간을 남긴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에 중대 변수는 바로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옐런 의장의 중도사퇴 가능성이 낮아지지만,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옐런은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그에 따라 달러가치 역시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다. 힐러리가 우세를 점하던 대선 판세가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로 인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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