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채권 금리가 별다른 조정 없이 넉 달째 하락하는 등 랠리를 펼치면서물량을 충분히 담지 못한 채권 딜러들이 초조해하고 있다.

국내 대형 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12일 "3년물이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가고 장단기 스프레드마저 크지 않아 운용 여지가 없다"며 "채권 강세 재료나 전망보고서가 나오면 반갑지가 않다"고 말했다.

조달금리보다 더 낮은 이자를 주는 채권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아 전반적인 가격하락에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딜러는 "적극적인 딜링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는 은행의 특성상 조달금리보다 낮은 레벨에서 채권을 적극적으로 사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래프 설명 = 2012년 국고3년 지표물 종가 기준 금리 추이>

실제로 은행권은 국고 3년물 종가 기준 채권금리가 3.64%로 연고점을 기록한 3월 하순 이후 채권보유물량을 꾸준히 줄여왔다.

3월 말 240조원을 상회했던 은행권의 장외채권 보유잔액은 5월 말 23조5천억원으로 감소, 전일 기준 22조3천억원까지 줄었다.

운용사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국내 운용사의 한 채권 딜러는 "선물 위주로 시장이 돌아가는데 자금을 위탁하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리스크 관리규정이 까다로워 선물에 과감하게 투자하기 어렵다"며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내려가면서 운용사 딜러들이 더 한가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들이 물량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점도 채권금리 하락이 달갑지 않은 이유로 분석된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딜러는 "채권금리가 지난 3월 이후 별다른 반등 없이 매끄럽게 하락하면서 저가매수의 기회도 별로 없었다"며 "지금 물량을 충분히 보유한 국내 기관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세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것도 일종의 숏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는 만큼, 채권강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갑지 않다"며 "물량을 적극적으로 늘린 대표적인 투자주체는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보유 잔액은 4월 말까지 장외채권 잔액을 87조원까지 줄였던 외국인은 5월말 87조8천억원, 전일 기준 88조2천억원까지 보유잔액을 확대했다.

또 선물 시장에서도 6월 월물교체기에 부분적으로 이익을 실현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누적순매수 규모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딜러는 "조달금리가 국내 기관과 전혀 다른 외국인의 경우 기준금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거래를 할 수 있지만, 국내 기관의 사정은 다르다"며 "몇 달째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딜러들이 금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과 매파적인 발언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대가 실현된다 해도 대세적인 강세장에서 금리가 크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어려워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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