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헝가리 포린트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외환위기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4일 헝가리 포린트화는 유로화에 대해 1유로당 321.67포린트를 나타내 포린트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빅토르 스자보 애버딘 에셋매니지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직 완전히 위기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헝가리는 외환위기로 향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헝가리 정부가 외부 지원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헝가리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ㆍ유럽연합(EU) 대표단의 '예방대출(PCL)'에 따른 자금지원 협상이 중단되면서 시장의 우려는 심화됐다.

IMFㆍEU 대표단은 헝가리의 중앙은행법 개정안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고 판단해 지난달 중순 헝가리 정부와의 금융지원 예비 논의를 중단했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헝가리가 150억~200억유로 규모의 금융지원 문제를 놓고 논쟁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지원이 완전히 결렬되면 포린트화가 자유 낙하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피터 애터드 몬탈토 노무라 이머징마켓 이코노미스트는 "헝가리와 IMF 사이에 타협이 이뤄지지 않을 것임이 명확해 지면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핵심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자보 매니저는 시장의 신뢰가 증발하면서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린트화가 매일 1~2%가량 하락하면 이를 위기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주와 같은 상황이 이틀 정도 더 지속되면 헝가리 경제와 포린트에는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는 11일 워싱턴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헝가리 대표단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위기는 중대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IMF는 다만 이 회동이 협상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아직 공식적인 논의를 재개하는 것과 관련해 어떤 결정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회동에서 아무런 합의도 이뤄지지 않으면 헝가리의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대 200bp 확대되고 유로-포린트화 환율은 340포린트화까지 오를 수 있다고 미할 다이불라 바르샤바 소재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가 전망했다.

그는 또 헝가리는 더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 올해 성장률은 마이너스(-) 3%를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린트화 추가 하락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악재는 헝가리의 불안한 대차대조표 상황이다.

헝가리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25억유로에 불과하지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는 43억유로에 이르고 포린트화 부채는 55억유로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헝가리가 적어도 3분기까지는 단기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벌써 몇차례 국채입찰에 실패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10%를 웃돌아 기본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헝가리가 직면한 위험이 이렇게 상당하지만, EU와 IMF 모두 헝가리와 합의할만한 유인이 강력한 상황이다.

포린트화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헝가리 자산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상당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은행이 타격을 입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미 재정위기에 휩싸인 유로존의 상황이 훨씬 더 나빠질 수 있다.

양쪽 모두 자멸을 초래하는 결과를 원하지 않고 또 헝가리는 이 모든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장기적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헝가리 자산을 4천만달러 어치 보유하고 있는 헤지펀드 글로벌 에볼루션의 마이클 한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가 감명받은 것은 정부 조치가 아니라 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 헝가리 자산의 장기적인 가치"라고 말했다.

몬탈토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IMF로부터 지원을 받기 전에 헝가리는 사실상 위기 상황을 맞닥뜨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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