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이종혁 기자 = 미국 차량 부품기업인 비스티온社가 한라공조[018880]에 대해 공개매수를 밝힌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국민연금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라공조 지분 8.1%를 보유, 이번 잔여지분 30%에 대한 공개매수에 열쇠를 쥐고 있다. 이미 한라공조 지분 70%를 보유한 비스티온이 잔여지분 30% 가운데 25%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개매수는 성사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으로서는 투자 차익을 거둘 기회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먹튀 논란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비스티온의 공개매수 진의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11일 IB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결국 공개매수에 응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우선 이익 실현의 기회를 포기하는 행위는 자산신탁의 의무에 배치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한라공조 지분 5.05%를 주당 8천457원에 매입했고, 2010년 두 차례,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지분을 확대했다.

평균 취득가는 주당 약 1만원 초반대를 넘기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비스티온이 제시한 주당 2만8천500원은 국민연금으로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가격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또, 국민연금은 스스로 공개매수의 진의를 파악하겠지만, 이미 밝힌 한라공조에 대한 비스티온의 계획을 무시할 수 없다.

비스티온은 중국 업체와 MOU를 파기하면서까지 한라공조를 '글로벌 R&D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임직원에 대한 고용보장도 약속했다.

비스티온 CEO는 이날 연합인포맥스와의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더 구체적인 투자 밑그림을 제시했다. 특히, 비스티온의 주주들이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로 구성돼 있어 나중에 한라공조를 되팔 것이란 의혹도 사실무근이라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11일 오전 9시24분 연합인포맥스 송고한 '美 비스티온 CEO "한라공조 적극 육성…고용도 보장"' 기사 참조)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공개매수 선언 전인 지난 분기 국민연금은 한라공조 지분 1.03%를 매도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자금운용을 위탁한 금융회사에 한라공조 매도를 승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과거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사례가 거의 없다"며 "실제로 공개매수 선언일을 제외하고 계속 주가가 내려가 이번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은 크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라공조의 주요 납품처가 현대자동차그룹인데 역시 제조사인 비스티온이 과거 투기자본처럼 이익만 취하고 다시 매각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결국 국민연금도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사안에 대해 계속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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