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 투자를 꺼리는 성향이 강해진 데다 채권과 금리스와프(IRS) 수익률곡선 기울기가 급격히 완만해지면서 지난해 구조화채권의 발행물량이 급감했다.

그러나 유가증권의 형태인 구조화채권과 별도로 구조화예금까지 고려하면 실제 구조화상품 자체가 전년에 비해 크게 위축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왔다.

▲쪼그라든 구조화채권 발행물량= 5일 연합인포맥스의 변동금리부채권(FRN) 기간별 발행내역(화면번호 4,209번)에 따르면 지난해 변동금리부 형태로 발행된 구조화채권(증권사 파생결합증권 및 외화채권 제외)은 14조5천1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구조화채권 발행금액 22조8천448억원보다 36% 정도 줄어든 규모이다. 또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의 20조7천503억원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구조별로는 기준금리에 일정한 가산금리를 더한 '순수 FRN'이 10조8천81억원으로 전체 구조화채권 발행물량의 74%를 차지했다.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기준금리로 활용돼 발행된 채권이 7조9천975억원, 정책금융공사채 및 기타 특수채 금리가 기준금리로 사용된 물량이 2조8천106억원이었다.

91일짜리 CD 금리와 라이보 금리가 일정한 범위에 있는 날짜만큼 이자가 지급되는 '콴토 듀얼레인지 어크루얼'이 8천억원, 91일짜리 CD금리가 일정한 범위에 있는 날짜에 따라 이자가 결정되는 '레인지 어크루얼'이 6천300억원, 특정채권의 금리차에 일정한 배수만큼 금리가 제공되는 '레버리지 스프레드'가 4천억원 발행됐다.

또 기준금리로 IRS가 사용되면서 두 기준금리 차이가 일정한 범위에 있는 날짜만큼 표면금리가 결정되는 'CMS 스프레드 어크루얼'이 3천억원 발행됐다. 반면 소위 파워스프레드로 불리는 구조화채권은 1천억원 발행되는 데 그쳤다.

▲발행여건 불리..구조화예금이 채권 흡수= 지난해 국고채 10년물 지표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장기금리가 급락한 탓에 절대금리 메리트가 큰 구조화채권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구조화채권의 발행물량이 줄어든 것은 IRS 수익률곡선의 기울기가 급격하게 플래트닝되면서 채권의 발행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판매된 구조화예금이 파생상품인 구조화채권을 대체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즉 구조화상품이 채권이 아닌 예금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공급되면서 외형상으로는 구조화채권의 발행물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는 발행 및 헤지구조가 같은 구조화상품이 유가증권이 아닌 구조화예금으로 공급됐다는 뜻이다.

A채권평가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구조화채권의 발행여건이 좋지 않았다"면서 "IRS 수익률곡선이 플랫트닝하거나 본드-스와프 스프레드가 줄어든 상황에서는 고금리의 구조화상품을 설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B은행 한 관계자는 "구조화채권 발행물량은 줄었으나 은행들이 구조화예금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한 구조화상품까지 고려한다면 예년에 비해 크게 위축된 것도 아니다"며 "예금으로 판매돼 채권발행으로 공시된 물량이 적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구조화채권이 구조화상품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유가증권 형식의 구조화채권과 구조화예금으로 양분되고 있다"며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제공되는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화상품 수요 여전..일부 눈높이 조정 전개= 올해도 저금리기조로 고금리가 지급되는 구조화상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IRS 수익률곡선이 플래트닝돼 지난해 발행된 구조화채권이 대부분 조기상환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올해 구조화상품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다.

B은행 관계자는 "채권금리가 하락하면서 구조화채권과 같은 고금리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존에 발행된 구조화채권의 조기상환으로 재투자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구조화상품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은행 관계자는 "최근엔 외화채권으로 발행되는 구조화채권도 늘고 있다"며 "원화채권으로 고금리 구조화채권을 설계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외화채권으로 구조화된 상품이 많아졌다. 최근 에셋스와프가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고금리 구조화상품을 만들려면 그만큼 투자 리스크도 커진다"며 "간단한 구조로 설계된 상품은 표면금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구조화채권의 금리를 놓고 투자자와 발행자 사이에 눈높이 조정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D채권평가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내놓는 파생결합증권도 증가하고 있으며, 원화표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앞으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외화표시 구조화채권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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