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1분기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지점)들이 금융권 순이익이 급감하는 와중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외은지점 순이익은 주로 트레이딩 실적에 좌우된다. 따라서 외은지점 실적이 좋았던 것은 금융시장이 연초 유동성 랠리를 펼치며 차익을 낼 기회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는 39개 외은지점의 1분기 순이익은 모두 6천3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천204억원(23.2%) 늘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 실적이 급감했지만 외은지점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외은지점이 이처럼 견조한 실적을 낸 것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리와 환율 등 가격지표가 움직이면 차익을 낼 기회도 많아진다. 지난 1분기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LTRO)과 유럽 재정위기 해결 기대로 코스피가 2,000을 넘고 환율은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외은지점 관계자는 "가격지표의 변동성이 커지는 동시에 방향성이 뚜렷해지면 트레이딩으로 차익을 거두기가 쉬워진다"며 "지난 1분기 이런 환경이 조성되면서 트레이딩 이익이 확대되고 외은지점들의 순이익 규모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와 달리 한국이 유럽 재정위기에도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과 양호한 재정상태를 유지하면서 원금 이상의 투자가치를 보장하는 '세이프 헤븐(safe haven)'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유럽이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미국과 일본의 경제 회복 속도도 지지부진하며 한국이 호주와 캐나다, 북유럽 몇몇 국가와 함께 금융위기에도 자산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투자처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외은지점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외은지점 순이익도 덩달아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39개 외은지점의 외화차입금 규모는 전년 말보다 66억달러(9.8%) 증가했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며 금융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차입금을 93억달러나 줄였던 유럽계 외은지점도 올해 들어서는 차입금을 5억달러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이후 축소됐던 외은지점의 자산운용 규모도 증가했다. 외화대출은 지난 1월 이후 증가세로 전환해 27억달러 늘었고, 선물환ㆍ스와프시장에서의 외화공급도 39억달러 늘었다.

외은지점의 다른 관계자는 "차입비용이 예전보다 늘었지만 한국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한국 금융시장 역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됐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낫기 때문에 자금을 들여와서 트레이딩을 지속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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