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던 기업들이 새해 들어서도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기업들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막기 위한 자금을 미리 당기지 못한 기업들은 바쁘다.

5일 연합인포맥스의 일자별 채권 만기종목 현황(화면번호 4207)을 보면 이달에만 일반회사채 만기 물량은 4조650억원에 달한다.

기아자동차와 한국수자력원자력이 이달 말 각각 3천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고, 현대모비스ㆍ한라건설ㆍ롯데칠성 등은 2천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찾아온다.

이밖에 여천NCCㆍ롯데건설ㆍLG하우시스ㆍ현대제철ㆍ현대오일뱅크ㆍ한진중공업ㆍLG유플러스ㆍ한화ㆍSTX 등은 1천억원 이상의 회사채 만기가 이달 안에 돌아온다.

대부분이 '리먼사태' 직후였던 2009년 1월에 3년 만기로 회사채를 발행했던 기업들이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 말에 차환을 위해 자금을 풍부하게 마련한 기업들도 있지만, 이달 들어 바삐 자금조달에 나선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번 달에 가장 많은 만기를 맞는 기아차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자금을 마련했다. 4년물 2천억원과 6년물 1천억원 등 총 3천억원의 회사채를 좋은 조건으로 발행해 돈을 비축해 둔 상태다.

반면에 이달 22일 3천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에야 차환용 자금 마련을 위한 회사채 발행 준비에 들어갔다.

5년물과 10년물, 20년물 1천억원씩 총 3천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오는 9일 입찰을 실시해 19일에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채 발행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았던 롯데칠성도 30일 돌아오는 회사채 차환을 위해 2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별도의 입찰을 하지는 않았고 KB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해 신한금융투자와 한국투자증권, 동양증권 등이 물량을 받아갔다.

29일 1천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LG유플러스도 2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차환용 자금 마련과 함께 운영자금 1천억원도 조달한다. 전날 입찰이 있었다.

신용등급이 'BBB+'인 아시아나항공도 26일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SK브로드밴드도 이달 중순께 3천억원 가량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을 검토중이다.

동국제강 역시 3천억원의 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강은 내달 말 3천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 말에 이미 발행계획과 물량 배정을 마친 무림페이퍼(300억원), 쌍용양회공업(500억원) 등은 전날 발행을 완료했고, 이날 유니온스틸(1천200억원)과 LG실트론(1천100억원), LS네트웍스(500억원)가 발행을 마친다. 6일에는 동부메탈(500억원), 한국캐피탈(250억원)의 발행이 예정돼 있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에 대기업들은 회사채를 통해 상당 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둔 상태여서 자금수요가 크게 커질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만 2009년 1월부터 회사채 발행 물량이 많았고 대부분 올초를 시점으로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미리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던 기업들 위주로 발행이 늘어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의 연구원은 "신용등급별로 기업간 편차가 있지만 여전히 금리 상황이 발행자에게 유리한 만큼 경기가 더 나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마련하려는 수요는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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