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데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한은이 금융시장을 얼마나 안정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10일 내다봤다.

연합인포맥스 폴에 참여한 15명의 전문가 중 14명이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정부와 한은의 가계부채 관리가 이어지고 있고, 연내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참가자들은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것과 관련한 한은의 역할에 주목했다.

미국 금리가 급등하고 원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외국인 자본유출 우려도 커졌다.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이주열 총재가 비둘기파적인 양상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금융안정성이 중앙은행의 테마로 떠올랐다"며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 등 우려 상황에 대해 한은이 얼마나 고려하고 있고, 적극적으로 나설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은이 어떤 수단을 써서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을 한은이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시중은행 채권딜러 역시 "내일 금통위는 통화정책이나 향후 경기 전망보다도 금융시장 안정 차원의 발언이 나오는지 여부가 중요하다"며 "미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는데, 한은도 향후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한은도 뭔가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오늘 밤에도 미국 금리가 또 큰 폭으로 상승하는지에 따라 내일 금통위의 스탠스도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 불확실성 확대는 한국 경기에도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금통위가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된다고 해도 시장금리 방향성이 강세로 전환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재정정책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물가상승 속도도 가팔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기업가 출신인 만큼 친기업적인 성향을 내비치면서 채권보다는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증권사 채권딜러는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가 비둘기파적으로 발언한다고 해도 실제로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미국 금리 흐름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는 것이 중요한 현안 중 하나기 때문에 당분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없어 채권시장은 약세 압력에 더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트럼프가 예측불가능한 인물로 시장에서 인식하고 있어서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금통위와 상관없이 외국인의 자본유출 가능성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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