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잇따라 자금을 확보하려고 채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가 심화할 것에 대비해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12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테크윈과 제일모직이 가장 먼저 회사채 발행에 착수했다.

삼성테크윈은 한국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 하나대투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해 3년만기 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달 24일께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27일 수요예측을 실시해 내달 초 발행을 완료하는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2천억원 정도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주요 증권사에 대표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참가제안서(RFP)를 돌렸으며 오는 17일까지 제안서를 받을 예정이다.

삼성테크윈과 제일모직은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상환 등의 스케줄을 고려하면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삼성테크윈은 12월8일에 1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제일모직은 올해 2월 3년물과 5년물로 2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고 내년 4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없다.

연말까지 장ㆍ단기 차입금 약 2천200억원 규모의 상환 계획이 잡혀 있지만 비교적 유동성 상황이 좋은 편이어서 큰 부담도 없다.

물론 4천억원이 넘는 설비투자 계획이 다소 부담이 되고는 있지만 역시 양호한 영업현금흐름과 유동성을 감안할 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양사 모두 설비투자 등에 중점을 두고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부 자금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테크윈과 제일모직 외에도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유동성 확보 차원의 회사채 발행을 전반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의 DCM사업부 임원은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대부분 자금사정이 좋은 편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대한 대비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회사채 차환 수요에 초점을 맞춰 회사채를 발행해 오던 패턴과는 다소 다른 것이다.

아울러 최근 시중금리가 '저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조달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유인에 회사채 발행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증권사의 기업금융 담당자는 "금리가 워낙 낮은 상태가 계속되다 보니 대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는데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 발행에 나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들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지금까지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조8천500억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이 7천억원으로 가장 많이 발행했고, 삼성토탈과 삼성물산이 각각 4천500억원과 4천억원을 발행했다. 제일모직과 호텔신라도 2천억원과 1천억원씩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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