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난달 말에 공개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금통위원들의 예상 밖 강성 발언에 시장이 놀랐다. 김중수 총재를 포함한 7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새로 교체된 위원이 4명이나 돼 시장 안팎의 관심이 쏠렸던 때였다. 비둘기파 성향의 위원이 다수 포진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대부분 발언은 물가를 염려하며 금리 정상화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에 맞춰졌다.

6월 금통위 때는 다소 변화가 생겼다. 김중수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금리정상화 의지를 강조하던 그간의 스탠스에 변화를 주며 사실상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부 열어뒀다.

그래도 설마했다. 시장의 다수 의견은 7월 인하는 어렵고, 8월 또는 9월 중 인하에 맞춰졌다. 가계부채 문제와 물가 부담을 고려하면 당장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다. 금리를 제때 못 올렸는데, 변변한 시그널 없이 전격적으로 내릴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7월 금통위가 임박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에 열린 경제금융점검회의(서별관회의)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김중수 총재가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확인되면서다. 한은 측은 가계부채 등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금리정책 관련 논의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금통위를 불과 이틀 앞둔 상태에서 한은 총재가 청와대 주재 회의에 참석하는 것 자체를 시장은 금리인하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는, 2004년 11월 금통위의 데자뷔(Dejavu)가 됐다.

당시는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외 경제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던 때였다. 박승 전 총재는 금통위 직전 서별관회의에 참석하고서 전격적으로 콜금리 인하를 발표했다. 금리동결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때라 시장 충격은 그만큼 컸다.

4년 뒤인 2008년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금통위를 이틀 앞두고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긴급 소집됐다. 이성태 전 총재가 참석했고, 이틀 뒤 금통위는 어김없이 기준금리를 25bp 낮췄다.

금리동결을 예상했다는 한 채권딜러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서 독립성을 강화한다고 누차 강조해왔지만, 세월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는 없는 것 같다"며 "이번엔 다를 것이란 예상이 결과적으론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중수 총재는 서별관회의는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7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별관회의는 필요에 따라서 참석하는 데 이번 회의에서 경제성장이나 금리 관련 등 '기억자(ㄱ)'도 꺼내지 않았다"며 "사전에 (금리정책을) 협의하는 것은 과거에도 있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부 채권팀장)

c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