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현대ㆍ기아자동차 노조가 2008년 이후 4년만에 파업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재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ㆍ기아차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재고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가 부분 파업에 그치지 않고 투쟁 강도를 높일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재고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해외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파업이 5일 이상 지속할 경우 일부 차종의 재고 비축량이 10일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작된 현대ㆍ기아차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현대차는 하루 4천300대, 기아차는 2천700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주ㆍ야간 각각 4시간 파업에 잔업 미실시분(각각 2시간)을 포함해 총 12시간, 기아차는 잔업 미실시분을 제외한 주ㆍ야간 총 8시간의 생산 차질을 고려해 산출한 것이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현대ㆍ기아차의 글로벌 재고는 각각 1.9개월분과 1.7개월분에 불과하다.

자동차 업계가 일반적으로 2.5개월을 적정 재고기간으로 간주하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ㆍ기아차의 재고 비축량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주력 차종인 엘란트라는 재고가 21일분밖에 안 된다.

지난달 엘란트라의 미국시장 판매량 1만8천대 중 1만대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인도된 것이다.

현대차 노조 파업이 5일 이상 지속하고 8월 초에 있는 여름 휴가 기간을 7일로 가정했을 때 12일가량 생산차질이 빚어지면서 엘란트라의 재고는 10일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경쟁사인 토요타의 코롤라가 36일, 혼다의 시빅이 55일분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대차는 엘란트라 판매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엘란트라 고객층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인도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코롤라나 시빅을 대신 사는 '판매상실(lost sales)'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올해 상반기 미국시장에서 일본 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작년 같은 기간 35.3%에서 36.8%로 올랐지만, 현대ㆍ기아차의 점유율은 9%에서 8.9%로 떨어졌다.

올 상반기 미국 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동기보다 14.8% 늘어난 가운데 점유율 격차가 벌어져 하반기 현대ㆍ기아차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에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나섰던 지난 2008년에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에는 노사 협상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도 사측에서 버틸 만한 여력이 있었지만, 현재는 파업 일수가 하루 늘어날 때마다 글로벌 판매량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도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yk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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