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그리스보다는 이탈리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할 동기가 더 크며 독일은 예상 외로 유로존 탈퇴 의사가 가장 적을 것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가 진단했다.

BofA-메릴의 데이비드 우와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글로벌 금리 및 외환 리서치 헤드는 지난 10일 자 보고서에서 시장이 하나 이상의 유로존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통화 동맹을 탈퇴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하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먼저 비용편익 분석으로 유로존 17개국에 탈퇴 유인이 큰 순서대로 순위를 매겼다.

이 순위는 유로존 탈퇴가 얼마나 질서 있게(orderly) 이뤄질 지와 경제 성장과 금리,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기준으로 평가됐다.

숫자가 낮을수록 유로존 탈퇴에 따른 이익이 큰데,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의 평균 순위가 3.5였으며 그리스는 5.3위, 독일은 8.5위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두 헤드는 게임이론을 활용해 독일이 이탈리아에 유로존 잔류를 권하며 "뇌물", 즉 구제금융을 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럴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보다는 이탈리아에 유로존 탈퇴 이유가 많아서 독일이 이탈리아를 설득하려면 그 비용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게임에서 내쉬 균형은 이탈리아가 경제 성장을 위한 개혁 실행을 거부하고 독일은 이탈리아의 유로존 잔류를 위한 구제금융 지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내쉬 균형은 게임 참가자가 자신의 전략을 수정할 유인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경제 규모 기준으로 유로존 3위인 이탈리아는 다른 회원국보다 질서있는 탈퇴를 할 가능성이 크며, 탈퇴 후 경쟁력과 경제 성장, 재정 상황이 향상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이탈리아가 이미 재정 흑자를 거두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가 소규모이기 때문이다. 또 유로화를 버리고 옛 통화로 돌아가게 되면 이탈리아 기업들은 통화가치 절하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유로존을 가장 수월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나라는 독일이지만, 회원국 중에서 탈퇴 유인이 가장 작은 것으로 평가됐다.

독일이 유로존 탈퇴 후 마르크화를 다시 쓰게 되면 통화가치가 급등할 것이며, 이는 경제 성장 둔화와 자금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와 핀란드, 벨기에 역시 유로존을 탈퇴할 이유가 적은 것으로 진단됐다.

또 재정 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국가 중에서는 스페인이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 두 헤드는 "우리의 분석은 몇 가지 놀라운 결과를 제시하며 이 결론에 반대하는 독자들조차도 흥미롭게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만약 우리의 추론이 들어맞는다면, 이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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