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거래'다. 사업가 출신인 그는 모든 것을 거래의 시각에서 본다고 한다.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선 "돈을 위해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자체를 위해 거래를 한다"고 했다. 거래를 일종의 예술로 보는 것이다.

외교와 무역 관계에서도 트럼프는 철저히 거래의 마인드로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예컨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건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 분담금을 높이기 위한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한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 역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기 위한 협상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미치광이로 묘사하면서도 햄버거를 먹으며 핵 문제를 협상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얼마든지 북한과 거래할 수 있다는 철학을 보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가올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역시 거래의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철강 등 중국산 제품에 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향후 중국과의 협상을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협상 방식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다양한 카드로 상대방을 최대한 압박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거기간 중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카드를 꺼냈고, 당선 이후 작성한 '취임 200일 계획' 문건에서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만들었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중국 환율조작 조사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고, 100일이 되는 4월 말까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4월은 미국 재무부가 상반기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는 시기다.

이에 맞서 중국은 항공기와 자동차 구매선 다변화를 통해 미국 상품 수입을 제한하거나 미국 국채의 시장 매각이라는 다양한 카드를 쥐고서 미국과의 담판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환율에 대해선 수수방관하면서 중국이 환율조작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래 위안화 가치는 11일 연속 하락세를 타고 있으나 이는 달러 강세에 맞게 환율을 정한 것이지 정부가 일부러 조작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트럼프의 환율ㆍ무역 공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큰 불만을 내비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는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트럼프의 외손녀인 애러벨라 쿠슈너가 한시를 암송하는 동영상은 중국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이슈를 트럼프가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점은 트럼프와 현 버락 오바마 정부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중국으로선 내치의 불안을 야기하는 인권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역과 환율 부문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국가 발전단계와 산업구조의 변화를 고려할 때 환율을 이용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게 더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에 대한 미국의 침묵을 얻는 대신 어차피 버릴 카드인 무역을 양보한다면 중국으로선 손해 보지 않는 거래가 될 수도 있다. 흥정과 거래라면 뒤지지 않을 트럼프와 왕서방이 세간의 예상대로 치열한 전쟁을 치를지, 뒤에서 은밀한 거래를 하며 친구가 될지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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