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보안성이 높다고 알려진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 속속 가입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하 수상한 시국에 경제 컨트롤 타워인 기재부에서 조그만 잡음도 만들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가 오고 간다.

25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실국장급 등을 중심으로 텔레그램 가입건수가 부쩍 늘었다.

호기심 차원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가입을 했다는 말이 있지만, 최근 어수선한 정국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전일에도 텔레그램 가입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롯데ㆍSK그룹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기재부 1차관실과 정책조정국, 관세제도과를 압수수색 했고, 우리나라 엘리트 공무원을 상징하는 기재부 직원들의 충격은 컸다.

경제 컨트롤 타워이자 관련 정보가 집약되는 기재부의 공무원들은 평소에도 언행에 조심을 기할 수 밖에 없는데, 최근 혼란스러운 국정 상황에서는 더욱 행동 반경이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뛰어난 보안성을 자랑하는 텔레그램에 기재부 공무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옮겨갔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SNS 브콘탁테 설립자가 정부 검열을 피해 독일에서 만들었다. 지난 2014년 9~10월 검찰이 포털사이트의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카카오톡(카톡) 검열이 이슈화됐고, 텔레그램의 가입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화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은 비밀대화 기능과 일정 시간이 지난뒤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되는 기능으로 카톡을 대체할 '메신저 망명처'로 현재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IMF 직전 시절이 떠오른다는 지적이 많을 만큼 '경제위기 수준'에 놓여있지만, 경제 컨트롤 타워에서는 실질적인 러더십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 최순실 사태 여파로 두 명의 경제 수장이 어색한 동거만 하고 있다.

세계 경제는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지속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통상무역 등의 상황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 상태에 놓여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에 텔레그램 가입자가 많긴 했다"고 말했다. 전일 텔레그램에 가입한 한 공무원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기존 카톡방에 관련 내용이 올라와 가입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ddki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