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강한 추진력과 불 같은 성격으로 잘 알려진 신동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 회장은 첫 출근부터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하는 등 소통에 노력하고, 공무원 출신답지 않게 농협금융의 관료주의를 없애고 있다.

그는 "금융지주는 앞장서기보다 뒤에서 중앙회와 금융 계열사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며 '헬퍼(helper)'로서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이 지난달 20일 농협금융 신임 회장으로 임명되자 임직원들은 잔뜩 긴장했다.

재무부와 수출입은행, 은행연합회 시절 '불도저', '독불장군', '호랑이' 등으로 불렸던 신 회장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호출전화를 놓치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때문에 목욕할 때도 방수팩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녔다거나, 신 회장의 집무실은 '고문실'로 불렸다는 등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각종 일화도 떠돌았다.

그러나 그는 농협금융 회장으로 취임하고서는 첫 출근부터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은 첫 출근 후 곧장 노조 사무실로 향했다. 노조는 재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임되자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출근저지투쟁을 벌여왔다.

신 회장은 농림수산식품부와의 경영개선 이행약정서(MOU) 체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뜻을 같이해달라는 허권 노조위원장에게 "노조의 뜻을 충분히 이해했고 직원들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에 불이익이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노조는 신 회장이 대화를 이어가기로 한 데 따라 출근 저지투쟁을 풀었다.

신 회장은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 NH농협손해보험, NH농협증권, NH-CA자산운용, NH농협캐피탈, NH농협선물 등 7개 자회사 임원들이 상견례를 겸한 인사를 가겠다고 했지만 사양했다.

대신 그가 직접 자회사를 방문해 업무 보고를 받는 것으로 상견례를 대신했다. 보고는 국회 등 외부 기관에 취임 인사를 다니는 중간 중간 틈새 시간을 이용해 지난 12~13일 이틀 만에 '뚝딱' 해치웠다.

회사당 20~30분씩,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당면 현안 위주로 보고를 받아 긴장했던 자회사 임직원들이 오히려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의사봉을 두드려가며 엄숙하게 진행했던 경영위원회도 오후 5시로 바꿨다.

월요일 아침부터 회장이 회의를 열면 이어서 부서장 회의와 팀장 회의 등 회장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회의가 줄줄이 이어지며 월요일이 모두 회의로 메워진다는 판단에서다.

특별한 의결 사항이 없으면 위원회도 열지 않고 간담회로 대체하도록 했다.

지난 14일에는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카드 주최 '채움 콘서트'를 관람하기도 했다.

젊은 고객을 겨냥해 씨스타와 EXO-K, 싸이 등이 출연한 이 공연은 3시간 넘게 진행됐지만 신 회장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특히 마지막으로 가수 싸이가 나와 공연할 때는 1시간 내내 일어서서 야광봉을 흔들었다는 전언이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신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씩 최 회장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관료 출신이라 대외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대로 최근에는 농협에 대한 산은금융지주 주식의 출자가 7월 임시국회에서 이뤄지도록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기도 하다.

신 회장의 이런 모습은 중앙회와 7개 금융 계열사 사이에서 중간자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농협금융 회장의 입지를 잘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취임 일성 등을 통해 "나는 헬퍼다"라고 여러 차례 말하며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신 회장의 소문과 다른 모습에 임직원 모두가 놀라고 있다"며 "여러 조직으로 갈라져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내부 분위기와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노사 갈등 등 산적한 과제를 안은 농협이 해법을 찾는 데 신 회장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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