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기자 = 미국 대선 이후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한국도 그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국채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는 자화자찬이 있었지만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에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30일 연합인포맥스 최종호가 수익률 추이(화면번호 4512)에 따르면 트럼프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난 9일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까지 30.7bp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미국 2년물 금리는 19.3bp 올랐다.

미국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금리가 일제히 올랐지만 한국의 단기물 금리 상승폭은 여타 신흥국보다도 더 컸다. 선진국 중에서 한국만큼 단기물 금리가 오른 국가는 없다. 최근 외국인 자금 이탈로 환시 개입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는 말레이시아 3년물 금리는 92bp 올랐다.







한국도 미 대선 이후 외국인 자금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국인 이탈 가능성은 있지만 우려할 상황까진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이탈이 가시화되면서 채권시장의 불안감은 커졌다.

외국인은 트럼프 당선 이후 서울채권시장에서 8천199억원의 국고채와 456억원의 통안채를 순매도했다. 통안채 2년물을 7천646억원, 3년 국고채를 7천353억원, 10년 국고채를 5천376억원 팔았다. 1년 통안채는 같은 기간동안 6천189억원, 5년 국고채는 3천267억원 순유입됐다.

정부와 한은은 그동안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8일 금융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내 금융시장의 복원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재부 역시 높은 국가신용등급과 양호한 재정건전성 등으로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음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왔다.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야기된 글로벌 금리상승에 한국이 유독 취약함을 드러나면서 한국 채권시장이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평가했다. 당국이 한국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강조했지만 스트레스 테스트와 비슷한 환경에 노출되고 한국물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채권시장의 실망감도 컸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채권시장이 내외금리차 축소 등으로 외국인 자본유출을 우려할 때마다 괜찮다고 했지만 정작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한국 채권이 선진국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채권시장이 선진국 대열이라고 믿었지만 신흥국과 다를바가 없고, 앞으로도 외국인 자금이탈 이슈는 채권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내외금리차 확대에도 5년 이하 단기물에서는 외국인 순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던 한은 스탠스가 변화할지도 주목했다. 한은은 금리 상승속도가 가파르다는 판단에 국고채 단순매입과 통안채 발행량 축소라는 시장안정화 카드를 꺼냈다. 한은과 정부의 조치로 시장금리 급등세는 막았지만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이어진다면 채권시장에는 지속적인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채권시장 참가자는 "지금이야 당국이 인위적으로 금리상승을 막고 있지만 외국인이 계속 빠져나가고 글로벌 금리상승이 추세로 전환될 경우 개입에 따른 후폭풍이 클 수도 있다"며 "내외금리차 축소와 정치적 리스크 부각으로 외국인 자금 동향에 대해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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